우리 회사에는 아재가 많다. 지역 내에서는 나름 탄탄한 회사인 데다가 공기업도 아니면서 정년이 보장되니 한 번 들어오면 나가는 법이 없다. 게다가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를 계기로 몇 년 간 대규모의 인원을 채용하였는데,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 다 같이 들어온 파릇파릇한 신입사원들이 지금은 세월에 닳고 농익은 아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아재 밀도 최상의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아재의 특징을 체득했다. 대부분의 아재들은 외벌이였다. 그들은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늘 어깨가 무겁다.그러다가도 재주껏뒷돈을 찰 궁리를 하거나 핑계 김에 술 한 잔 걸칠 기회를 엿볼 땐 야자 땡땡이를 꿈꾸는 고등학교 남학생 같기도하다.
평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임이지만,추억을 곱씹을 때면 아재들도 청춘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혈기왕성하던 이십여 년 전 이야기를 할 때면 왁자지껄 웃음이 터진다.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하며 기억을 정정해 나가기도 한다. 놀란 눈으로 듣고 있는 나를 보며 아재들은 격세지감을 느끼나 보다.
"그땐 그랬다. 니 상상이나 하겠나?"
아재들이 견뎌 온 시간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그 세월을 다 보내고 어느덧 자식뻘인 핏덩이들과 '동료'가 되어버린 아재들.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하는 동안 달라져버린 조직문화. 핏덩이들과 발맞춰 걷기 위해 삐그덕거리는 발걸음.
아마 그들에게는 위트 한 스푼이 필요했을 것이다. 핏덩이들과의 어색한 관계에 기름칠을 하기 위한 윤활유가 절실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뇌가 단속을 하기도 전에 입은 이미 구수한 아재개그를 뱉어버렸는지도 모른다.나는 아재들의 그런 모습이 밉지 않다.
아재개그는 애써 짜 낸 기름 한 방울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일단은 웃는다.가끔은 어느 포인트에 웃음버튼을 눌러야 할지 난처하지만, 나는 언제나 발사 버튼 위에 손을 올리고 이야기를 듣는다.오늘도 발사준비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