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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딘도
Nov 23. 2023
핸드크림이 증발한다
못 본 사이에 많이 홀쭉해졌네
이상하다. 핸드크림이 자꾸 증발한다
.
회사에서 내 자리에 얌전히 놓아두었을 뿐인데 못 본 사이에 통통하던 배가 홀쭉해졌다.
범인은 짐작이 간다. 옆 자리 B 부장님이다. 내가 복직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장님이 핸드크림을 찾으셨다. 마침 내가
핸드크림을 몇 통이나 가지고 있어서
흔쾌히 빌려드렸다. 그
뒤로도 부장님께서
핸드크림을 자주 찾으시기에 아예 한 통을 드리겠다고 했
다.
"에이, 괜찮아. 여기 놔두
고
내가 필요할 때마다 쓸게."
부장님께서는 극구 사양하셨다.
그때 나는 부장님께서 빌려 쓰시던 제품보다 좀 더 작고, 몇 번 쓴 적이 있는 제품을 드리겠다고 했었다.
그래서인가. 부장님은 끝내 핸드크림을 받지 않으셨다.
새 제품을 드
렸어
야 한다는 후회를 얼마간 했지만
마
음에 묻고 넘어갔다.
그리고 꽤 세월이 흘렀다.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 가을이 깊어가니 손이 건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와
오랜만에 핸드크림을 만
졌다. 엇. 낯설다 이
그립감
.
못 본 사이에
핸
드크림
이
잔
뜩
증발해 버린
것이
다
.
하긴
.
부장님은 '범인'이 아니다. 분명 쓰
겠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오
랜만에 만진
핸드크림에서
낯선 감촉
을 느끼고
내가
그
제사
그때 일을
떠올렸을 뿐이다.
생리대
도
마찬가지였
다. 편의점에서 1+1 하는 것을 잔뜩 사다가 화장실에 두고는 필요하면 써도 된다고 말을 전했다.
그 말이
아
주
널
리 퍼져나간 것인지
그 많던
생
리대가
금방
사라
진
것을 보고
무
척 당황했었
다.
문득 회사 건물 2층 화장실에서 마주한 따뜻한 마음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갈 일이 거의 없는
2층 화장실에
서
손을 씻고 나오는데
,
세면대
한편에
예쁜 핸드크림과 함께 '마음껏 쓰세요'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L 팀장님의 글씨체였다.
순간
내 좁은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가진 것을
기쁘게 내어주지 못한 내가
너무
멋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회사
책상 위에는
쓰
다 만
핸드크림이 서너 통은 된다. 꼼꼼히 챙겨 바르겠다고
다짐하고도
신경
을 못 쓴
탓에 손
은
아직도 거칠다. 다행히
핸드크림에
먼지가 뽀얗게 쌓이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손에
잡혀
제 할 일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쓰임에 알맞게 증발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음껏 쓰세요'라는 쪽지를 붙일까 하다가 단골
고객
의 성향을 생각해서 관두었다. 그래야 진짜 마음껏 쓰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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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면 저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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