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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Nov 09. 2023

고래가 물어다 준 행운

둘째냐 유치원이냐

월요일 아침이었다. 남편이 딸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의 시작. 글을 쓰던 노트북을 덮고 나와 아침을 맞이했다. 등원준비와 출근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딸에게 말했다.


"소이야, 아까 엄마한테 아침에 무슨 꿈꿨는지 이야기해 줘~"


자면서 낄낄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속 세상과 헷갈렸는지 하던 놀이가 없어졌다고 말하곤 하는 딸을 보면서 36개월짜리 꼬맹이도 꿈을 꾸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어나서 꿈 이야기를 해줬다고?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빠의 말에 딸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고래 꿈꿨어!"


으잉? 고래? 신선한데? 그동안 꿈 늘 현실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경은 바닷속이고 물(?)무려 고래다. 어린이집에서 고래와 관련된 내용을 보거나 들었나? 나는 자세한 꿈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소이가 수영을 하고 있는데, 고래가 지나갔어!"

"그래? 안녕~ 인사해 줬어?"

"지나갔어!"

"고래가 뭐라고 말했어?"

"뚜찌뚜찌 그렇게 말했어(아무 말)"

"잡아먹지는 않았고?"

"응! 소이가 수영하는데 따라왔어!"




심상치 않은 내용이다. 그렇게 고래 꿈을 마음 한편에 담고 회사에 출근했다.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 잊을만할 때쯤 마음속에 고래가 솟아올랐다. 검색창에 '고래 꿈 해몽'을 입력했다.



음 그럴 리가. 남편에게 내용을 전달하니 '고래 떼'가 아니라서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음 역시나. 부부사이가 더욱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태몽 가능성은 일단 접었다. 그렇다면? 남편과 나의 생각이 동시에 같은 곳을 향했다. 유치원 우선모집 결과발표!


그렇다. 이번주는 유치원 우선모집 결과발표가 있다. 그런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 딸아이는 고래 꿈을 꿨던 것이다. 그동안 무려 7개의 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해 어느 기관이 좋을지 비교했다. 거리, 운영시간, 운영철학, 분위기, 중점추진 교육프로그램 등을 주로 비교했고, 키즈노트 사용여부 등 세세한 디테일은 비교 기준에서 제외하고 넘어갔다.


다행히 올해는 맞벌이가정을 우선모집 대상에 넣어준 유치원들이 많았다. 우선모집 마감 전날까지도 추가적으로 2의 설명회를 참석하고 나서야 나는 보내고 싶은 유치원을 추렸다. 총 세 곳. 그중 두 곳이 맞벌이가정을 우선모집 조건으로 넣어주어서 감사했다.


두 곳의 장단점이 극명해서 접수 마지막 날까지도 1, 2순위 부여에 대해 머리 싸매며 고민했다. 결국 남편의 강력한 바람에 따라 유치원 선택에 도움을 받고자 갔었던 기질검사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그곳에서 추천했던 곳을 1 지망, 그곳에서 비추천했지만 회사에서 가깝고 어린이집에서 친한 친구들 2명이 함께 가는 곳을 2 지망으로 선정했다.


우선모집 마지막 접수일은 회사 단합대회로 경주를 가는 날이었다. 오가는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1,2,3 지망을 골라 유치원에 접수를 했다. 아뿔싸. 접수를 하고 보니 맞벌이 증빙서류도 5시까지 제출이다. 다른 유치원은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만 제출하면 되는데, 우리가 1 지망으로 선택한 유치원은 재직증명서도 함께 요구했다.


하필 단합대회 날에 서류발급이 필요하다니. 사에는 서류를 발급해 줄 수 있는 사람 없었다.  경주에 와 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직증명서를 6시까지 제출하겠다며 유치원에 거듭 양해말씀을 구하고,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서류를 발급받아 1순위 유치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고래꿈을 꾼 월요일이 지나 수요일, 오후 3시에 유치원 우선모집 추첨결과가 발표되었다. 어디로 정해지든 소이에게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유치원 추첨과 입학의 전 과정을 하나님께서 인도해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오픈! 결과는 두둥. 1,2,3 지망 모두 선발!


할렐루야!


생각지도 못한 올 패스에 한 번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민을 거쳐 1순위 유치원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로써 약 한 달간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유치원 선택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고래야, 고마워! 꿈에 또 나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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