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도 Nov 10. 2023

밤새 고민을 했다

이 놈의 유치원 어디를 보내야 하나

유치원 우선모집에 세 군데 모두 합격을 했다고 자랑을 한 것이 바로 어제다. 그런데 나는 밤새 또 고민을 했다. 1 지망으로 넣어서 선발된 유치원은 사실 집에서 좀 멀다.


어제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는 제안을 받아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메뉴는 앞산에 있는 돼지찌개. 식당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선발된 유치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여기가 합격한 유치원이에요."

"야 너무 멀다."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어른들의 소리. 맞다. 깊이 공감한다. 내가 계속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 포함 하루 아홉 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워킹맘 입장에서는 사실 보내기 쉬운 곳도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 아이의 성향에 맞는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긴 했지만, 사실 우리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겠다. 그저 기질검사 결과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기질검사를 통해 추천해 주신 유치원 간에도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는 몬테소리 유치원이 잘 맞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수녀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은 엄격하므로 맞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모 유치원은 꽤 괜찮은 곳이라고 하셨지만 몬테소리 유치원이 아니었다. 모 유치원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가는 곳이라고 하셨지만 그곳도 몬테소리를 주 1회 30분간 시행할 뿐 몬테소리 유치원이 아니다.


생각할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거리'라는 객관적인 팩트가 점점 마음속에 커져갔다. 거리는 정직하다. 멀면 오래 걸리고, 3년간 보내면서 그만큼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가까우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큰 장점이 될 것이었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맘에 드는 유치원이 있었다. 기질검사에서 추천한 몬테소리를 하는, 그러나 수녀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수녀님이 운영하시지만 엄격하지만 않으면 된 거 아닌가? 합리화를 하며 찾아갔었더랬다. 전통이 있는 곳이라 회사에는 해당 유치원에 보내셨던 분들이 많았고, 만족한다고 하셨다.


문제는 그 유치원은 맞벌이가정을 우선모집 기준에 넣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원할 수가 없었고, 우선모집에서 모든 유치원을 붙어버린 나는 해당 유치원에 가려면 고래가 물어다 준 행운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밤새 끙끙 앓았다. 꿈에서도 남편을 설득했다. 가까운 곳은 월 1만 원대의 비용이고 먼 곳은 25만 원대다. 이것 또한 엄청난 차이인 데다가 신체활동 측면에서는 매일 체조를 하는 가까운 유치원이 더 낫다. 대신 먼 곳은 특정 종교색이 없고 숲을 주 1회 가는 곳이다. 그리고 입학이 보장된 곳이다.


가까운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보니, 우선모집에서 모집을 거의 하지 않아 일반모집에 1순위로 넣으면 선발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린이집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엄마도 이 유치원에 같이 가자고 나를 설득하고 있다.  


그래서 밤새도록 고민이었다. 꿈에서도 고민이었고, 꿈에서도 설득을 했다. 아마 내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이미 선발된 유치원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것이겠지. 거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 때문에. 비용이야 그렇다 쳐도 거리는 꽤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둘째를 임신해야 하나?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휴직을 하면서 집에 있으면 먼 유치원을 보내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휴직을 하면 내가 집에 있으니까 늦게까지 엄마를 기다릴 것 없이 하원도 유치원 차량을 타고 오면 된다. 아기와 함께이긴 하지만 잘 싸매고 데리러 나갈 수 있겠지. 남편은 둘째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이런저런 궁리를 하게 된다.


아, 고래야, 어떤 게 답일까? 둘 다 물고 온 거니 혹시?



매거진의 이전글 고래가 물어다 준 행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