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안과에 갔다. 무엇을 볼 때 찡그리면서 본다든지, 무슨 증상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엄마 왜 그래?"
"이제부터 안경 써야 한다고 하니까 그렇지."
"예전에 팔에 깁스했을 때가 더 아팠는데?"
"그건 금방 낫는 거지만, 이건 평생 써야 하잖아."
그렇게 쓰기 시작한 안경.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찐빵 같은 얼굴에 콧대도 없으면서 갈색 테의 안경을 쓰고 군데군데 이 빠진 얼굴로 헤벌쭉 웃고 있다.
그러다 안경잡이 생활이 당연해졌던 초등학교 6학년 때, 교실에서 안경을 잃어버렸다.체육시간에는 안경이 거추장스러워 안경을 벗고 책상 위에 올려두고 운동장에 다녀와보니 안경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안경을 잃어버렸다기보다 도둑맞은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안경을 다시 맞추러 안과에 가니, 눈이 좋아져서 안경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때가 내가 살면서 제일 신기했던 순간들 중 하나이다. 안경을 잃어버린 덕분에 안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누군지 모르지만 안경 도둑에게 고마웠다. 도둑이 한순간에 은인이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결국 고등학교 때, 나는 다시 안경을 맞추게 된다. 뒷자리에 앉으니 칠판의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공부할 때만' 쓰는 용도의 안경을 맞췄고,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수업시간에만 안경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 안경을 벗고 길거리를 다닐 때는 멀리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저 멀리서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보면 누구인지 얼굴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반갑게 같이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가, 한참 위의 선배인 것을 깨닫고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는 에피소드가 점점 늘어갔다.
콧대가 없고 각진 얼굴이라 안경이 영 어울리지 않아서 안경을 완전히 쓰고 다니기는 싫었다. 내 눈에는 안경 안 쓴 내가 훨씬 예뻤다. 그렇다고 수업시간이 아니라고 안경을 벗었더니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사면초가요, 진퇴양난이다.
이러한 고민을 항상 가슴에 묻고 살아오던 어느 날, 도서관을 나오는 나에게 누군가 전단지 한 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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