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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Dec 10. 2023

짬으로 맞추는 시력검사

시력검사,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시력검사를 할 때마다 나는 양쪽 다 1.0으로 나온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라식수술을 했었기 때문에 '교정 1.0'이라는 같은 결과를 몇 년 간 유지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는 왼쪽은 0.8이고 오른쪽은 1.0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나는 더 낮은 도수를 받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력검사를 하면서 항상 의문이다. 보여서 대답하는 것이 아니다. 뿌옇게 흐려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내 느낌에 대충 무엇일지 추측해서 대답을 한다.


4 8 3 9 6


멀리서 보면 다 똑같이 생겼다. 그래도 나는 성심 성의껏 3인지 8인지 구별을 해내고, 6인지 5인지 분간을 해본다.  대답이 꽤 괜찮았는지 점점 더 작은 숫자를 읽어보라는 주문을 받는다. 짬으로 때려 맞춰서 또 한 줄을 통과한다. 시력검사 끝. 결과는 항상 1.0이다.




 이렇게 안 보이는데도 1.0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남편이 다니는 안경점에 찾아갔다.


"눈이 좀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시력검사 좀 해보려고요."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했던 것처럼 숫자를 말하라고 한다. 역시 짬으로 때려 맞췄다. 다음은 기계를 이용한 검사다. 어떤 색의 글자가 더 진하게 보이는지, 가로줄과 세로줄 중에 어떤 것이 더 굵은지 물으신다. 병원보다 체계적인 검사과정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검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남편을 보며 결과를 말씀해 주신다.


"눈 좋으신데요."


의문을 가득 품은 나의 얼굴에 병원에서 받은 결과와 같은 이야기를 한마디 더 보태신다.


"왼쪽은 도수가 좀 있으신데요, 눈 좋으세요."




"닌 다행이네."


안경점을 나서며 남편이 말한다. 안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시력이 괜찮다니 다행인 일은 맞다.


"근데 니 아까 숫자 말할 때 다 틀리던데."


오메. 틀린 숫자를 말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주는 그들만의 규칙은 무엇인가. 뭐, 알 수는 없지만 두 전문기관에서 나는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눈이라 검증을 해주셨으니 다시 한번 이 눈으로 살아가보련다. 눈 부릅 크게 뜨고 최대한 맑고 또렷하게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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