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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Dec 12. 2023

동백나무야, 아직 봄 아니야

어리둥절 요즘 날씨

도시가스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겨울날씨가 관건이다. 교복럼 가스도 사실 한 철 장사인데, 한 해 매출 의 대부분을 추운 겨울에 달성하기 때문이다. 영업팀에서 아무리 영업을 잘한다 한들 도시가스 회사 최고의 영업사원은 '겨울날씨'이다.


그런데 겨울마다 실적을 올려주던 최고의 영업사원이 요즘 수상하다. 일을 해도 너무 안 한다. 처음엔 좋다.  정도면 놀러 가기 딱이다. 초봄 같기도 하고 늦가을 같기도 하다. 옷 두껍게 입을 필요도 없고 한파를 피해 답답한 실내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그런데 점점 겨울 날씨가 수상하다. 날짜만 보고 옷을 입었다가 너무 더워서 무거운 옷을 들고 다닌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옷차림은 '날짜'가 아니라 '날씨'를 보고 골라야 함을 그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요즘은 특히 날씨가 일주일 상간으로 한겨울과 초봄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기 때문에 아침마다 기온 체크가 필수다.




오늘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한껏 봉오리를 올린 동백나무를 보았다. 백꽃은 개화시기가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대개는 2~3월에 만개한다. 그래서 게 동백꽃은 봄을 알리는 소식이다. 길고 어둡고 추운 겨울이 끝나고 밝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붉은 편지다.


그런 동백꽃을 날씨가 한창 추워져야 마땅한 12월 어느 날, 회사 근처 아파트 화단에서 나다니. 꽃봉오리가 열리고 붉은 얼굴을 드러냈을 때 동백나무가 마주할 당황스러움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얘들아, 아직 봄 아니야.'


애써 올라온 꽃봉오리가 안쓰러워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한파가 몰려온다고 한다. 봄이 오는 줄로만 알고 있던 동백꽃이 오래 피어있지 못하고 한파에 얼어붙을 것이 걱정다.




우리의 영업사원이 다음 주면 드디어 일을 한다는 소식이 기쁘지만, 동백나무의 꽃봉오리가 걱정되는 이중적인 마음. 내 마음도 헷갈리게 만드어리둥절 요즘 날씨-



지구야, 미안해. 네가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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