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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아스텔라meastella Jul 11. 2018

서양미술로 보는 그리스 신화 8

로이키포스 딸의 유괴, 밤하늘의 쌍둥이 별자리

알에서 태어나 별자리가 되다


쌍둥이 형제 카스토르와 폴록스는 제우스와 레다의 아들이다. 백조로 변한 제우스에 의해 임신이 된 레다(제우스의 여자-레다 편 참고)는 두 개의 알을 낳았다. 그중 하나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아름다운 헬레나가 태어났고, 다른 하나에서 이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다.


그리스의 도시 아르고스의 왕 로이키포스에게는 포이베와 힐레이라 라는 두 딸이 있었다. 이들에게 사랑에 빠진 쌍둥이 형제는 두 자매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이들을 유괴한다. 아내를 빼앗긴 남편들(다른 쌍둥이 형제 이다스와 륀코이스)은 자신들의 여자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레다의 쌍둥이 형제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이들 사이의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영원한 생명을 갖지 못한 카스토르는 이 싸움에서 죽음을 맞았고 형제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폴록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원한 생명 중 반을 카스토르에게 줄 것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눈물에 아버지 제우스는 이를 허락했고, 이후 이 쌍둥이 형제는 하루는 올림포스산에서, 다른 하루는 지하세계에서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 이들의 우정과 형제애에 감동을 받은 제우스는 얼마 후 그들을 별자리로 만들어 하늘로 올려보네 그곳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밤하늘의 쌍둥이 별자리가 바로 이들이다.


구글에서 퍼온 이미지

          루벤스, <로이키포스 딸의 유괴>, 1618년경, 캔버스에 유화, 224 x 210,5 cm, 알테피나코텍, 뮌헨


이 그림 속에 그려진 것은 나체의 두 여자와 두 명의 남자, 두 마리의 말 그리고 두 명의 아모르이다. 이들은 모두 그림의 전경에 서로 밀접하게 서 있다. 이들 뒤로 그림의 1/3 정도의 높이에 왼쪽으로 기울어져 뻗어있는 산들이 보인다. 갈색 말의 다리 사이로는 보다 깊게 뻗어 있는 산이 멀리 펼쳐져 있고 화면의 나머지 2/3은 넓은 하늘이 차지하고 있다. 하늘의 왼쪽은 폭풍우가 올 듯이 검은 구름 떼로 덮여있는 반면 오른쪽의 하늘에는 따뜻한 빛이 산머리를 비추고 있다.


그림의 왼쪽에 한 명의 아모르가 관람자 쪽을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고 있다. 호피를 두르고 있는 이 갈색 말 위에 붉은 망토를 걸치고 갑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는데 그는 몸을 기울여 자신의 붉은 망토의 한 자락을 이용하여 나체의 여자를 떠 받히고 있다. 그의 머리 뒤쪽으로 한 명의 또 다른 아모르의 얼굴이 보이다. 그는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회색 말의 고삐를 잡는데 여념이 없다.


나체의 여자는 두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며 하늘을 향하여 쳐다보고 있고 그녀의 왼팔 아래에 상체를 벗은 또 다른 남자가 자신의 왼 손과 무릎을 이용하여 황금의 머리카락을 가지 여자를 받히고 서 있다. 우리(관람자)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이 여자도 역시 나체이며 단지 황금빛의 천을 다리 부분에 두르고 있을 뿐이다. 이 두 여인의 몸은 사선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들 뒤쪽으로 회색의 말이 지금 막 질주하 듯 앞 발을 들고 있다.


이 그림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트리부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신이나 인물을 알려주는 아무런 단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용 전체, 다시 말해 그려진 모든 것을 종합해서 내용을 유추해야만 한다. 이때 작은 힌트를 주는 것이 바로 아모르이다. 이 아모르를 통하여 유추의 범위를 사랑을 내용으로 한 신화로 축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것을 토대로 종합해 보는 것이다. 즉 말과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카스토르와 폴록스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표현(이코노 그라피)이었다. 그러므로 이 두 명의 여자는 이 들로부터 유괴당한 로이키포스의 딸들인 것이다.


신격화(아포테오제)

 루벤스는 이 신화의 내용 중에서 단지 유괴되는 순간만을 묘사했다. 왼편 하늘의 음산한 검은 구름을 제외하고는 이 그림 어느 곳에서도 레다의 쌍둥이 아들과 아내를 빼앗긴 남편들 사이의 치열한 싸움에 대한 암시나 카스토르의 죽음에 대한 불길한 암시가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유괴당하는 자매의 얼굴 표정이 흥미롭다. 불그스레한 볼을 가진 이 자매는 이방인에게 납치당할 때의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 또는 감동 같은 것이 얼굴에 그려져 있다. 특히 하늘을 향한 그녀의 눈빛을 통해서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또한 몸짓도 전혀 대항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신의 풍만한 육체를 더 잘 보여주려는 듯 왼 팔을 뻗어 상체를 활짝 펼치고 있다. 유괴자들도 전혀 포악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아주 부드럽고 세심하게 여인들을 말 위로 태우고 있는 중이다.


루벤스는 이 그림에서 원래의 신화 내용과는 다르게 해석했다. 과장되다시피 희고 풍만한 여인의 나체와 그와는 반대로 구릿빛으로 빛나는 잘 다듬어진 남자의 몸을 관찰하는 것이 그의 주요 관심사인 듯 보인다. 인물들의 시선 접촉이 흥미롭다. 말 위에 앉아 있는 폴록스(갑옷과 붉은색 망토는 그의 높은 신분을 알려준다)의 시선과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와 시선이 서로 만났다. 카스토르의 시선 또한 이 여인에게 쏠리고 있다. 이 세 시선은 보이지 않는 삼각형을 만들고 있다. 단지 그림의 중앙에 정면으로 보이는 여인만이 하늘을 향하여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것은 아주 전형적인 루벤스식의 신화 해석인데 하늘을 향한 눈길을 통해서 화가는 이 신화의 마지막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쌍둥이 형제들이 죽고 난 뒤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된다(아포테오제)는 것을 단지 이 눈의 묘사 하나만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것은 대가 루벤스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표현인 것이다.


 

구글에서 퍼온 이미지


정교하게 서로서로 얽힌 네 개의 몸체는 이들 사이에 그려진 말들과 경계선이 확실하지 않게 묘사되어있다. 그림의 중앙에 위치한 로이키포스의 딸들은 사선으로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한 명은 정면만, 다른 한 명은 뒤면만이 보인다. 우리는 지금 앞 뒤 양면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루벤스는 이를 통해서 2차원적 공간인 명면에 3차적 공간인 입체를 제시하고 있다.


뒷 배경의 2/3 정도를 하늘이 차지하고 있는데 왼쪽 하늘의 검은 구름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점점 더 다가오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산들과 나무들로 채워져 잇다. 이 원경의 풍경은 루벤스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그의 작업장에서 함께 일했던 얀 빌 덴스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다. 이처럼 한 그림 속에 어느 특정한 부분에 한하여 다른 화가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완성하는 관행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대가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그려 왔는데, 특히 루벤스처럼 이름난 대가들의 경우 엄청난 량의 주문을 다 감당할 수가 없어서 더욱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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