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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아스텔라meastella Jul 11. 2018

서양미술로 보는 그리스 신화 9

칼리스토-밤하늘의 큰 곰 별자리

큰 곰 별자리로 변한 칼리스토


별자리와 관련 있는 이 신화를 오비드는 그의 메타모르포제에 이렇게 전한다.


칼리스토는 디아나 여신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님프였다. 순결을 강요받는 이들 님프들은 언제나 디아나가 있는 숲 속의 안전한 곳에서 지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디아나 여신으로 변한 제우스가 이 숲 속에 들어와서는 칼리스토를 임신시켰다. 이후 그녀는 임신 사실을 숨겨왔지만 목욕 도중 디아나에게 발각이 되었고, 분노한 디아나는 그녀를 곰으로 변화시켜버렸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제우스는 미안한 마음에 곰이 되어버린 그녀에게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구해냈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장한 칼리스토의 아들은 사냥을 하러 왔다가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를 만나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이 곰이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급기야 그는 이 곰을 잡게 되었고 죽이려 했지만 다행히 제우스에 의해서 저지되었다. 두 모자의 운명에 동정심을 갖게 된 제우스는 이 곰과 아들을 함께 하늘로 올려 보내, 큰 곰 별자리로 만들었다 한다.


 

구글에서 퍼온 이미지


루벤스. <디아나의 모습을 한 제우스와 요정 칼리스토>, 1613년경, 캔버스에 유화, 카셀 시립미술관


 그림 왼쪽 아래의 모퉁이쯤에 화살이 가득 든 활 통이 사선으로 놓여있고 이 통 위에 오른손을 짚고서 비스듬히 몸을 뒤로 젖힌 나체의 여자가 붉은 천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고개를 약간 숙인 상태로 눈을 치켜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다. 한쪽 어깨와 가슴을 드러내고 맞은편에 엉거주춤 앉은 여자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 그녀의 몸은 사선을 이루며 길게 뻗어있다. 그 뒤로 독수리가 보인다. 


두 명의 여자 뒤에는 덤불과 나무숲이 어둡게 자리를 잡고 있고 오른쪽에는 멀리 풍경이 펼쳐져 있다. 높고 낮은 둥그스름한 산봉우리들과 그 앞에 평원이 펼쳐져 있고, 저녁노을이 진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이 두 여자의 모습에서 특이한 점을 뱔결할 수가 있는데, 피부색이 서로 다르다. 한 명은 아주 밝은 흰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밝은가 하면, 피부 속의 푸른 핏줄이 비춰 보일 정도이다. 그녀의 맞은편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더욱 희게 빛난다. 그 반면 반쯤 일어나 앉아있는 여자의 피부색은 그에 비해 빛을 받아 밝게 변한 왼 팔을 제외하고는 아주 어둡다. 거의 갈색에 가까운 피부색이다.


이 것은 우연히 그렇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루벤스의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그려진 것이다. 여자의 피부색의 묘사에 있어서 루벤스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탁월한 대가의 솜씨를 보이는데, 지나치게 과장된 감도 없진 않다. 이 것 또한 그의 그림을 구분할 수 있는 큰 특징이다.


루벤스는 자신의 그림에 고대 이집트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으로 여자는 흰 피부로 남자는 갈색 톤의 피부로 묘사했다. 이 점은 <로이키포스딸의 유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갈색 톤의 피부색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이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암시인 것이다. 또한 그녀의 뒤쪽에는 번개를 움켜쥐고 있는 독수리가 자리하고 있다. 독수리와 번개가 누구의 아트리부트인지를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다. 이 그림은 바로 디아나의 모습을 한 제우스가 칼리스토에게 접근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이들의 얼굴 표정을 보자. 수줍은 듯 눈을 치켜들고 제우스를 보는 칼리스토와 그녀의 입술을 향한 유혹하는 듯한 제우스의 눈빛. 얼굴의 옆모습도 비교해 보자. 칼리스토의 부드러운 이마의 선과 콧날 그리고 둥근 턱, 그에 비해 제우스의 쭉 뻗은 콧날과 강한 턱선. 이 작은 세심한 표정 묘사는 이때의 분위기를 적절히 잘 전해준다.


루벤스는 이들의 은밀한 '사랑의 시작'을 표현한 것이다. 앞으로 다른 그림들을 접할 때 그 그림들 속에 그려진 옷들이나 정물들 그리고 표정 같은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서 꼼꼼히 비교하며 보는 습관을 갖는다면 그림을 관람하고 관찰하는데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그림의 전체 분위기는 석양빛의 불그스레함으로 인해 따뜻하다. 이 석양빛은 칼리스토의 다리 부분과 디아나로 변한 제우스가 입고 있는 짙은 자줏빛의 옷에 비친 빛의 반사로 시각화되었다. 그림의 구도상 왼쪽으로 치우쳐져 그려진 인물들로 인해 자칫 잃을 수 있었던 무게중심을 칼리스토가 깔고 앉아 있는 붉은 천으로 인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독수리의 발 밑에 있는 역시 붉은색의 번개 묶음도 이 그림의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루벤스 그림의 특징(피부의 재현)

루벤스는 여자의 피부 묘사에 지나치리 만큼 집착을 했는데, 이 노력의 결과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루벤스의 그림 속 여자들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이상화된 미인이 아니라 오히려 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장된 감이 있다. 부드러움이 지나쳐 마치 점토를 눌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특히 피부색의 묘사에 있어서 다른 화가들과 확실히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실제의 피부색을 재현하기 위해서 빨간-파란-노란-흰색의  혼합을 이용하였고 이 색의 혼합을 살색(Inkarnat), 이라 부른다. 아래의 그림은 1618년쯤에 완성된 여자아이의 얼굴로 루벤스의 살색을 관찰하기에 적당한 한 예이다. 어린아이 얼굴의 피부에서 모든 색의 흔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가 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무엇보다도 색채의 묘미를 즐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원작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차선책으로 인쇄된 그림을 보고 감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에는 아주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그 결점 점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이 그림이다. 


구글에서 퍼온 사진

루벤스, <어린아이의 머리>, 1618, 캔버스에 유화, 37 x 27 cm, 리히텐슈타인


이 두 그림은 첫눈에도 알 수 있듯이 동일한 작품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완전히 다른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원작의 색채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하게 되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이 두 그림은 완전히 다른 그림이 돼버렸다. 어떤 것이 더 원작에 가까운지는 이 그림만으로는 알 수가 없으며, 이는 사진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 흔히 할 수 있는 실수이다. 유감스럽게 나도 이 그림을 아직 원작으로 보진 못했다. 요즘 아무리 사진과 인쇄술이 발달하였다 해도 원작의 색채를 그대로 담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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