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아스텔라meastella Dec 12. 2023

라면 반 개

변하지 않는 입맛

라면이 당기는 그런 날이 있다.

어제가 그랬다.

지난밤부터 더부룩하던 속이

아침까지 계속 됐다.


속이 답답하고 꼭 뭔가가 딱 걸려 있는 그런 느낌

그동안 뭘 먹었었는지 생각해 보니

먹은 것이 원인이 아니라 안 먹은 것이 문제였다.


몇 끼째 한식 비슷한 것도 먹지 않았던 거다.

아무리 독일생활이 오래됐다고 해도

어릴 때 먹고 자란 음식은 몸에 배어 있어

주기적으로 보충해 줘야 만 한다.


냉장고엔 한식으로 먹을 것이 딱히 없고

따로 음식해 먹을 마음도 생기지 않고

이럴 때 만만한 것이 바로 라. 면.


'그래, 라면이 있었지!'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을 생각하니

먹지 않아도 속이 벌써 풀리는 것 같다.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는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변명거리를 줬다.


'한 개를 다 먹으면 안 될 테고

반 개만 먹는 거야!' 라며

나 스스로와 타협했다.


'햐~~ 아~~ 

그래, 이 맛이지!'

좋았다.

꿀 맛이었다.

그동안 미슥거리던 속이 깨끗이 쓸려 내려

뻥 뚫렸다.


비록 반 개의 라면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 어떤 진수성찬의 음식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락으로 전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