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 했는지 알아?”
“…아뇨.”
특목고 면접 준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이 있다.
어려운 질문이 나왔을 때도 아니고, 답변을 모를 때도 아니다.
모의 면접을 시작하면 처음엔 버벅거리고 절던 아이들이
연습의 효과로 점점 논점을 찾아간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나오거나 갑자기 말문이 막혔을 때
이상한 행동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든다.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고,
얼굴이 찡그려지고,
손은 계속 코를 만지고,
머리를 넘기고,
다리는 쉼 없이 떨린다.
“잠깐.”
내가 말을 멈추면 아이들은 그제야 멈칫한다.
면접 준비에서 드러나는 나의 습관들
15년 만에 처음 겪는 대놓고 나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자신도 모르는 행동들이 나온다.
긴장이 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계속 흔들면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가던 아이에게 말해준다.
“그만그만! 너 또 머리 흔들었어.”
그때 아이들 얼굴은 굳고 경직된다.
그리곤 의식적으로 자세도 잡고, 손도 내려놓고, 고개도 고정한다. 하지만 다시 몰입하는 순간, 행동은 반복된다.
나의 표정을 읽은 아이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한숨을 쉬다가
급기야 울음을 터트린다
가뜩이나 답변도 맘에 안 드는데 그 간단한 행동도 수정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미워진 게다.
물론 이런 동작들이 직접적으로 점수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행동들은 자신감 없고 긴장하는 걸 드러내 전체적인 면접에 해가 될 수 있다..
이럴 때마다 극단의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
뒤에서 머리를 잡아보기도 하고, 손을 내려놓게 가볍게 터치도 해보고, 영상을 찍어서 같이 돌려보기도 했다.
영상 속 자기 모습을 본 아이는 한참 말이 없었다.
“선생님… 왜 저게 안 고쳐지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쉽지 않지. 네 인생에서 단시간에 너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는 얼마나 가져봤겠니. 아마 처음일꺼같은데..."
"네... 근데 어떡해요.... 면접장에서도 이렇게 하면..."
“너 지금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런 긴장을 겪는 거야. 15년 인생 최대 난관이지.”
그리고 덧붙인다.
“근데 이걸 넘으면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도 너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 자신감을 갖고 긴장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동작도 줄어들꺼야!”
며칠 뒤,
반복되는 연습 속에 다시 진행된 모의 면접에서 머리를 흔들던 아이는 여전히 머리를 살짝 흔들면서도 끝까지 말을 마쳤다. 내용도 논리력도 며칠 만에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그나마 안 좋은 습관에서 조금을 벗어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오늘 긴장 속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어.”
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며 자신을 보여주는 것.
아이들은 그 시험을
지금, 태어나 처음으로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