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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30. 2022

[04.03 텃밭일지] 완두콩 모종 6개 심기

최애 영화 망태기에 보관 중인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에는 이런 나레이션이 나온다. "봄에 처음 심는 것 중에 감자가 있다. 아직 춥지만 땅속 온기는 감자 싹을 품어 밖으로 틔워준다." 그 덕에 감자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작물임을 알게 됐다. 이런 연유로 주말 농장에 처음 심는 작물도 감자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감자는 씨앗을 심는게 아니라 씨감자 형태로 심는다고 한다. 싹이 난 감자를 소독한 칼로 이렇게 저렇게 자르고, 건조한 다음 땅에 쏙 넣으면 다른 감자가 주렁주렁 달린다고 했다. 집에 싹이 난 감자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보였으나, 우리는 사야만 했다. 


그럼 씨감자를 어디서 사야 할까?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 애매하다면 인터넷에서 구입해도 된다. 혹은 앞서 말했듯, 마트에서 산 감자가 싹이 나길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화훼단지로 향했다. 여러 화원에서 씨감자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서 9개 5000원에 구매했다. 하나를 통째로 쓰는 게 아니라 잘라서 쓰므로 충분할 것 같았다. 5평 규모의 텃밭인 데다 다른 작물도 심을 것이므로. 씨감자 구매를 결정하고서 다른 모종도 슬슬 둘러봤다. 여러 모종 중에서 '완두콩' 모종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5구에 1000원. 잘 자란 완두콩이 얼마나 귀여울지 상상하며 결제 완료. 실로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비료를 뿌린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일주일 더 기다렸다가 작물을 심을 생각이었지만, 모종을 산 김에 텃밭으로 고고싱했다. 완두콩은 추위에 강한 편이라 3월부터 심어도 상관없다고. 급하게 간거라 장화도 없이 크록스 차림으로 덜렁덜렁 밭에 진입했다. 이런저런 작물을 심어둔 다른 밭을 슬쩍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아직은 텅 빈 밭이 대다수이지만, 이 모든 밭에 푸른 잎이 난다면 반짝반짝 예쁠 거라 상상해봤다. 부농을 꿈꾸는 우리 밭에도 수확할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길!   


여기서 잠깐, 처음으로 밭을 일구는 초보 농사꾼이 매순간 얼마나 김칫국을 들이켜는지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심고 싶은 게 많다. 먹고 싶은 과일도 많다. 방울 토마토, 딸기는 물론이고 수박을 심는 상상까지 해본다. 수박을 심을 수 없는 이유는 덩굴 식물인 데다 밭에 비해 열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우리가 잘못 키울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옥수수도 너무나 키우고 싶다. 허나, 주말 농장 특성상 옥수수처럼 키가 큰 작물은 키울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키우지 않는 것이지, 우리가 열매를 내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밭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추랑 깻잎은 너무 많이 난다더라~ 조금만 심자"라든가, "열무를 키우는 건 좋아. 근데 열무 김치 만들기는 어려울 듯...", "딸기는 노지 재배가 힘들긴 하다는데 그래도 해볼까?", "가지나 고추는 1-2개만 심어도  충분할 것 같아", "식용이 가능한 꽃씨를 사볼까~? 꽃차 만들기 쉬울랑가~?" 등등 농사가 망할 거란 가정은 하지 않는다. 머릿속엔 수확할 생각뿐이다. 그야, 당연히 우린 부농이 될 거니까(^^).


같은 이유로,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심은 게 없는데 지인부터 초대한다. "주말 농장 하는데 놀러 와. 상추나 깻잎 수확해 가~", "애기랑 온다고? 그럼 접대용으로 방울 토마토나 딸기를 심어 볼까?" 하는 식이다.

다시 완두콩 이야기로 넘어오자면 고작 6구 심을 뿐인데 왜 힘든가요. 돌은 왜 여전히 많은가요. 부농이 되겠다는 욕심에 미치지 못하는 저질 체력. '다른 모종은 언제 또 다 심나', '그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S.E.S.의 '달리기'를 흥얼거려야겠다. 주말 농장 테마 송으로 등극할 듯.   

이튿날인 오늘, 완두콩의 상태가 너무 궁금하다. 날이 이렇게 맑은데 물이 부족하진 않은지, 동물의 습격을 받진 않았는지, 가끔 있다는 모종 서리꾼이 다녀가진 않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많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음 방문 때까지 잘 자라고 있길 바랄 뿐. 완두콩아, 우리 잘 지내보자! 무럭무럭 자라주라!   


요약

4월 3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후 5시 전후로 약 1시간

-완두콩 모종 6개

-쌀국수, 팟타이 등을 안주로 시원한 하이볼 콸콸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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