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대신 밭 매는 주말
세 번째 텃밭 방문. 4월 9일 토요일은 애기능 주말농장 개장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개장식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상추, 치커리, 케일 등 모종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매우 혹하였다. 모종 나눔은 선착순이다 보니 우리 차례에는 상추와 케일만 남아 있었다. 개장식인 데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농장에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와서 밭을 갈고 모종을 심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5평 텃밭에서 부농을 꿈꾸는 우린 고작 세 명인디ㅠ_ㅠ다른 밭은 북적거려서 부러웠다. 아주 조금...! 진짜 조금...!
지난 번에 심은 완두콩 모종은 잘 자라는 듯했다. 이날은 개장식에서 나눠준 모종, 미리 준비해둔 씨감자 외에 몇 가지 씨앗을 심어야 했다. 감자는 땅을 조금 깊이 파서 쏙쏙쏙 넣었고, 상추와 케일 모종도 20개씩 심었다. 그외에 다양한 곳에서 구해둔 씨앗은 그 종류가 방대(!)하여 노지에서 재배해야 하는 것들 위주로 선택했다.
다른 밭은 대체로 쌈채소, 방울 토마토 위주로 재배하는 듯했다. 그에 반해 완두콩, 감자, 상추, 케일, 흰당근, 열무, 배추상추, 화성쑥갓, 강낭콩, 검은완두, 녹두, 노랑녹두, 고추 등 수십 종의 작물을 심은 우리 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밭의 면적이 모자란 관계로 꽃차용으로 구비한 당아욱 씨앗은 집에서 기르기로 했다. 주말농장에서 꽃을 재배해보겠다는 낭만은 사치였을까!
애기능 주말농장은 이제 막 조성한 밭이어서 흙 상태가 좋지 않다. 이노무 밭은 돌밭이나 다름 없어 아무리 캐고 캐도 끊임없이 돌이 나온다. 이노무 돌이 감자로 변하길 기원하며 열심히 캐낸다. 밭일의 좋은 점은 다른 생각이 쉽사리 나지 않는다는 것. 당장 돌을 캐내는 일, 모종 심는 일이 중요하다 보니 마음 복잡한 일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사서고생? 햇살이 따스해서 새참으로 챙겨간 이온음료(500ml)도 목에 콸콸 쏟아 부었다. 3월 말 비료를 뿌릴 때만 해도 바람이 서늘해서 목마름이 심하진 않았었는데 그 사이 많이 따뜻해졌다. 햇볕이 우리가 열심히 심은 작물을 애정으로 키워주겠지.
최근 핫한 깻잎 논쟁처럼,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핫하지 않은) 논쟁거리가 하나 있(을 것이)다. "거~ 마트가면 뚝딱 사는 걸, 왜 이렇게 고생해서 키워야 하나~"하면서 주말농장에 학을 뗀다 vs "추첨제로 약 1년만 이용 가능한 시립, 구립보다는 사설 주말농장으로 가서 오래오래 텃밭을 가꾸는 게 낫겠는걸?"하면서 프로 주말농장러가 되기로 한다. 난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올해는 우당탕탕 잘해보는 걸로!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요약
4월 9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 4시간
-상추, 케일 모종 각 20개씩
-씨감자 25개
-흰당근, 화성쑥갓, 배추상추 씨 뿌림
-물 발아한 열무 10개
-돈가스 뷔페가서 탄산음료 6잔 마심
4월 10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후 3시 40분~오후 4시 40분까지, 1시간
-협찬받은 참나물, 명이나물
-강낭콩, 검은완두, 녹두, 노랑녹두, 고추 2종(청룡초, 풍각초)
-시원한 평양냉면 먹으러 가서 물냉, 비냉, 들기름 메밀면, 녹두전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