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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Aug 23. 2020

붉은 암벽의 아름다움, 자이언 캐년

자이언 국립공원 첫 번째 이야기

LA에서 출발하여 400마일, 640킬로미터를 달렸다. 이만하면 하루 달리기로는 충분하니 이곳 허리케인 마을 윌로우 윈드 RV Park에서 여장을 푼다. 근래 보기 드물게 여행객 별점 5점을 받은 곳.  심어놓은 나무들이 만든 그늘이 별점 1개는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지 싶다. 

자이언 국립공원 웨스트 게이트로 다가가니 서서히 펼쳐지는 풍광들. 

두둥하고 나타난 거대한 메사 덩어리.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위쪽이 평평하고 주위 경사가 가파른 지형을 메사라고 하는데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콜로라도 지역에 사암(sand rock)이 많은 특성상 메사가 아주 많다. 


구약과 신약 그리고 히브리 성경에 나오는 시온(Zion)은 요새라는 뜻으로 예루살렘의 산을 지칭하며 쓰였으나 요한계시록에는 새로운 예루살렘 즉 지상의 한 장소가 아닌 영적인 장소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여있다. 시온이 영어로 발음하면 자이언이 되는데 자이언과 자연(自然). 아무런 관련이 없는지 모르겠으나 왠지 남 같지 않은 느낌이다. 

이 곳을 보니 왜 자이온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딱 봐도 잘 지어진 요새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말이지. 

캠핑장에 도착하니 주변 풍광이 압도적이다. 이건 뭐 여기서 그냥 있어도 자이언을 다 본 듯 마음이 넉넉하다. 

자이언 캐년 속으로 들어가려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주차장이 협소하여 무료 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스프링데일 시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비지터센터로 이동. 무료 셔틀버스 운전하시는 분들께 1불이라도 팁을 드리면 여행 잘하라는 덕담을 아낌없이 들을 수 있다. 

비지터센터로 가는 도중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야 한다. 국립공원 연간 패스를 구입하면 비용뿐만이 아니라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결코 작지 않다. 

이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노선은 딱 하나니까 찾을 것도 없다. 단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셔틀버스 탑승권을 온라인(recreation.gov)으로 구입해야 하니 하루 전날 오전 8시(MDT 타임존)에 일단 예약부터 해야 한다. 당일이 되면 원하는 시간에 티켓을 구할 수 없으니 참조하시라.  

오늘의 일정은 내로우(The Narrows). 자이언 캐년에서 계곡 사이 간격이 가장 좁은 곳이며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폭이 좁아지는 협곡이며 중간중간 물을 지나가야 해서 워터슈즈를 준비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마지막 정류장이 시나와바 템플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템플은 없다. 시나바와는 코요테의 신이라는 뜻의 이곳 파이요트 원주민 언어. 1847년 일부다처제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압박을 받던 몰몬교가 유타주로 이주한 이후 몰몬교인들이 자이언 캐년을 보며 꼭대기가 평평한 메사를 보고 사원처럼 생겼다고 여겼는지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곳에 템플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는 여정. 목적지가 없어도 좋다.

올라가는 도중에 뿔이 막 자라기 시작한 사슴 한쌍이 풀을 뜯다가 눈길을 준다.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에서도 인간사는 마음대로 되지 않나 보다. 잘 마무리하고 내려가셨기를… ^^

20여분을 들어오면 작은 개천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부터 물과 친해져야 한다. 물속에 발을 담그고 물살을 거슬러 걸어야 하니 지팡이를 빌려가라고 권한 이유를 알겠다. 여기서부터는 가끔 본의 아니게 전신 입수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이 물이 흘러 흘러 버진 리버와 합류하게 되는데 이 또한 성모 마리아를 추모하여 버진 리버라고 이름 지었다.

바위가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 내로우 계곡이 점점 넓어진다고 하더니 저 바위도 떨어져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흰색 사암으로 장식하고 있는 봉우리가 미스터리산이고 그 바로 앞이 미스터리 캐년.  미스터리라고 하니 궁금하다. 아무래도 이름에 낚인 듯 하지만 일단 전진(前進).

이곳부터 본격적인 계곡 물 걷기 시작이다. 밖은 섭씨 40도가 넘어가는데 물에 발을 담그니 온 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싼다. 그래서 한 여름이 아니면 내로우 물 걷기는 체험해볼 수 없는 일정.

조금 더 들어가니 골짜기도 깊어지고 수량도 많아진다. 

햇볕이 있고 물이 있으니 바위라도 뚫고 자랄 기세다.

200미리 렌즈를 가지고 들어왔으니 허리 정도 물이 차면 더 이상 나아가기 곤란하지 싶었는데 이제 그때가 온 듯. 

사람들 물에 젖은 모양새가 허리춤은 기본이다. 이 분들은 아마도 미스터리 캐년이 궁금해서 다녀온 분들.

출처: Utah.com

미스터리 캐년을 지나 안쪽으로 쑥~ 들어가면 이런 멋진 사진도 담을 수 있겠지만 그건 프로 정신이 투철한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린 이제 그만 하산.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다람쥐.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자세는 영락없는 라이온 킹인데 말이쥐.

다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에 보이는 풍경이 재미있다.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바위를 보니 거센 비바람 몇 번에 그 모습을 바꾸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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