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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Sep 30. 2020

휘어진 바위와 바닷속 정취의 협주곡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Capitol Reef National Park)

브라이스 캐년을 출발하여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아치스 국립공원과 캐년 랜즈 국립공원이 있는 모압(Moab)까지 들어가는 일정. 


유타주의 5개 국립공원(자이언, 브라이스, 캐피톨 리프, 캐년 랜즈, 아치스) 중에서 가장 최근인 1971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가장 방문객이 적은 곳. 국립공원 지정의 목적이 관광이 아니라 자연 보존에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알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다. 

캐피톨 리프를  내부 깊숙이 들어가서 워터포켓 폴드 지역을 보려면 4륜 구동 오프로드 차량을 준비하거나 일반 승용차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폴드(습곡)란 암석이 휘어져 존재하는 지형을 말하며, 워터 포켓은 물이 고일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러니까 휘어진 암석 2개가 양손으로 받치듯 형성된 워터 포켓에 휘어진 암반층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다. 이 지형이 100마일, 160킬로미터 길이로 길게 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곳이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By John Fowler from Placitas, NM, USA - Notom Road,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

이런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워터 포켓 폴드를 보고 싶은 사람은 오프로드 차량을 준비해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면 된다. 

By Bob Palin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8366513

스트라이크 밸리 전망대까지 가면 볼 수 있는 워터 포켓 폴드 전경. 이런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 욕심을 내진 않는다. 하지만 바닥이 낮아서 조금만 땅이 휘어져있어도 바닥 긁히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캠핑카는 진입금지. 대신 12번 도로를 타고 멀리서 바라보며 캐피톨 리프의 워터포켓 폴드의 주변부 경치만 바라보고 이후 국립공원 진입 후 워터포켓 폴드의 횡단면을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일 거라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곳이 Head of the Rocks overlook  대장 바위 전망대. 바닷속에 잔주름을 고이 간직한 채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 폴드 지형 아니랄까 봐 바위들의 굴곡이 멀리 이곳에서도 확연하다. 

그저 바위와 도로가 있을 뿐인데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차 오는 것은 또 뭔지… 처음 보는 풍경에 할 말을 잃는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산 너머 산. 앞산과 뒷산 그 사이가 워터 포켓 폴드 지역 되시겠다.

비가 오면 물이 채워져 용궁 되는 건 시간문제일 듯한데 저런 곳에 집을 지은 심사(心思)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쪽으로 깎여 후미진 바위를 보니 떠오른 예전 제주도 지인에게 들었던 다금바리 이야기. 다금바리는 군집생활을 하지 않고 저런 바위 아래에 숨어 살기에 낚시로 구경하기는 힘들다고. 그래서 다금바리 서식지는 심마니들이 산삼밭 챙기듯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있다가 집안에 몸이 아픈 환자가 생기거나 하면 한 마리 잡아와서 보양식으로 사용했던 희귀 생선이었다고 한다. 

출발한 지 5시간. 해저지형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에 도착. 굴뚝 모양 바위라고 하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사진 가운데 하얀색 돌로 채워진 부분이 지진대(fault)라는 설명이 있다. 지진대 아래 땅속의 모양이 저렇게 엇갈려 있으면서 양쪽에서 서로의 지층에 스트레스를 주고받았던 흔적. 

캐피톨이라 했으니 사람의 두개골 모양을 한 바위를 찾으며 처음엔 저 바위를 보고 제대로 찾은 줄 알았다.  

By Martin Falbisoner - Own work, CC BY-SA 3.0

알고 보니 이름의 사연은 두개골이 아니라 미국 국회 의사당 캐피톨 힐을 닮은 흰 바위 때문이라고 한다.

캐피톨 힐은 로마 캄피톨리오 광장을 본떠 지은 이름인데 개선장군 환영행사의 마지막 코스로 이곳 언덕에 올라서서 뒤편에 위치한 포로 로마노에서 환호하는 군중들을 맞이 했다. 


이곳에는 유피테르(주피터)와 유노의 신전이 있는데 공사 초기 지하에서 엄청 큰 사람의 머리뼈가 발견되었고, 이것이 고대 로마 신화의 올루스 거인의 것이라고 하여 caput(head)+Oli(올루스)라고 라틴어로 카푸토 리누스라고 불린 것이 이태리어로 캄피돌리오가 된 것. 


5 현제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동상이 별 모양의 백색 대리석 위에 있어 땅으로부터 솟아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가 있는데 이 또한 미켈란젤로의 작품. 바닥의 별 모양 장식을 설계를 하였으나 그 당시 교황 입장에선 기독교의 상징 문양이 아니었으니 별 관심이 없어  마무리하지는 못하고 그냥 두었는데 12개의 별자리를 연결한 오묘한 모양이 세상의 우두머리라는 라틴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은 무솔리니가 미켈란젤로 디자인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하여 1940년 완성된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회 의사당은 세상의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있는 12개의 별자리를 연결한 모양을 3차원 입체로 만들어 캐피톨 힐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미국 대부분의 주 의회 건물은 비슷한 둥근 돔 모양을 가지게 된다.

캐피톨 돔이라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흰 바위.  붉은 바위가 많은 지형에서 흰색을 띠고 있다는 것 말고는 정작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과 닮은 점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저 돔 모양 바위가 더 닮았다. 하지만 저 바위의 공식 명칭은 나바호 돔. 결론적으로 나바호 돔을 보고 캐피톨 힐을 떠올렸고 캐피톨 돔이라고 명명된 바위는 그저 이정표의 역할이라고 봐야 하지 싶다. 

캐피톨을 찾았으니 이젠 리프를 찾아보자. 리프는 암초를 의미하는데 캐피톨 돔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면 얼마 되지 않아 암초스런 바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가 바로 워터 포켓 폴드. 차를 세울 만한 곳을 만들어두지 않아 사진기로는 담지 못해서 비디오에서 사진을 추출했다. 좀 더 많은 화면은 아래 동영상을 참조하시라. 


초창기 개척자들이 이 곳에 왔을 때 폴드 지형의 끝자락을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리프(암초)라고 불렀다고 한다.

개장 이후 정돈된 것이 별로 없이 야생으로 남아 있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 다행히 지질학에 관심이 많지 않아 오프로드 자동차를 장만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캐피톨 리프 여행은 여기까지.


아치스 국립공원과 캐년 랜즈 국립공원의 교두보 모압(Moab)까지 부지런히 이동하여 해가 지기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ZJPMz8PpKg&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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