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사당동더하기25 (조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빈곤한 삶 속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1.6평짜리 방 한 칸. 그리고 그 방에 평균 3.5명이 모여산다. '사당동더하기25'의 관찰대상인 사당동 빈곤층 사람들의 주거환경이다.
책을 읽는 내내 두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혼란스럽게 얽혀진 채로 이어진다.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정작 이들의 생활방식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알콜 중독, 도박, 가정 폭력, 가출, 성적 문란, 잦은 이직, 헤픈 씀씀이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생활방식을 보면 지금의 빈곤한 상황은 이들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은 성실하지 않고, 책임감 없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등 노력이 부족해서 빈곤하게 된 것일까?
저자는 오히려 이런 모습들은 빈곤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지 빈곤의 원인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한다. 빈곤하기 때문에 다가올 내일을 생각하기 어렵다. 나름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현재를 살아보지만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체념한 채 빈곤한 삶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빈곤하기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나는 역량을 갖추기 어렵고, 그로 인해서 또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일종의 빈곤의 굴레가 형성된다.
빈곤하지도 않은 내가 왜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사실 나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삶을 공감해야 되는 이유는 우리가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동등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나의 문제가 아니지만, 미래의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나의 가까운 가족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스팩 쌓기에 몰두하면서 정작 자신은 앞으로 뭘 해야 좋을지 다른 사람에게 묻고 다니는 학생들. 대기업 취직에 목매다는 취준생들. 연봉과 직급은 올라가지만 자기 자신은 점차 잃어가는 직장인들. 사랑으로 연애는 하지만 조건으로 결혼하는 청춘들. 아이를 낳기를 두려워하는 부부들.
우리는 이미 본능적으로 빈곤의 굴레에 빠지는 걸 두려워 하고 있지는 않는가. 꿈을 꾸는 삶을 살기 보다는 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사회가 양극화되고, 부정부패가 심해질수록 빈곤에 대한 이런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언제 빈곤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인간다운 매력을 꽃 피워야 할 사람들을 기계와 노예로 살아가도록 강요하고 있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
돈을 최고로 치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빈곤의 위협 속에서 살아간다는 증거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