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 않은 닭갈비집과 너무나 강렬했던 막국수
춘천하면 닭갈비와 막국수지!
춘천에서 가장 맛있다는 숯불닭갈비를 찾아 떠났다.
막상 유명 닭갈비집에 도착하니 대기줄이 길다.
내 앞에 대기 인원이 30명. 대략 15팀
식당에 테이블은 8개
한 팀당 식사시간 평균 30분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려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뿔사. 고민에 빠진다.
1시간을 기다려 유명한 맛집에 갈 것이냐
맛있게 먹고 1시간을 더 놀 것이냐
우리는 바로 근처 닭갈비집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자에게 시간은 소중하다.
마침 유명 닭갈비 맛집 근처에
새롭게 오픈한 닭갈비집이 있다.
나는 새로 오픈한 가게가 있으면 대개 들르는 편이다.
손님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대하는 느낌이 좋고,
음식도 푸짐하게 주고, 서비스도 많이 준다.
무엇보다도
춘천시에서 유명하다는 닭갈비집 바로 근처에
같은 닭갈비로 정면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가게 겉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역시나 유명한 맛집보다
같은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게 나온다.
아직 서비스체계가 안 잡힌 탓에
손님 응대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
그렇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해보려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참숯이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닭갈비가 그릴 위에 노릿노릿 익어간다.
닭갈비 한 대를 들어다가
한 점씩 잘라낸다.
잘 익은 닭갈비 한 점 집어다가
마늘과 부추를 얹어 한 입 먹어본다.
닭갈비에 밴 참숯 향기가 먼저 입 안에서 올라온다.
그리곤 쌉쌀한 상추 맛이 이어진다.
닭갈비를 깨무는 순간
안에 녹아 있는 육즙이 퍼져나가고
닭갈비 아래 발라 놓았던
쌈장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한데 어울어진다.
그렇게 몇 번이나 쌈을 싸 먹었는데
질릴 틈도 없이
어느새 닭갈비가 사라져 있었다.
닭갈비 집인데
난 여기서 최고의 된장찌개를 맛 봤다.
주방을 보니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계시더라.
깊이 우러나오는 이 된장 맛은
직접 담근 된장이렸다.
색깔부터 다르다.
두부들이 된장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할만큼
진한 빛깔이다.
사람들은 왜 유명 맛집에 열광하나?
음식 하나 먹으려고 1시간을 기다리는건
내겐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난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들에는 흥미가 생긴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걸 즐기는 듯 하다.
두 번째 찾은 음식은 막국수다.
이번에는 꽤나 이름 있는 막국수집을 찾아왔다.
유명 맛집임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옛날에는 메밀 제분 설비가 좋지 않아
겉껍데기째 메밀을 '막' 갈아서 국수를 내렸단다.
그래서 막국수로 불린다.
요즘은 제분기가 좋아서
겉껍데기가 들어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메밀 국수 느낌을 내기 위해
겉껍데기를 일부러 반죽에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수에 까무잡잡한 점들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메밀 겉껍데기이다.
막국수는 평양냉면과 닮았다.
메밀로 국수를 뽑고, 차게 먹는 음식이다.
다른 점도 있다. 바로 양념.
평양냉면은 면도 육수도 슴슴한 맛으로 먹는다.
반면, 막국수는 고소하고,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온갖 강렬한 맛이 다 들어간 양념이 특징이다.
재료 본연의 맛 보다는
강렬하고 차가운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도 잘 자랐다고 한다.
춘천에서 메밀음식이 발달한 이유는
춘천이 강원도 곡물 유통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음식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바라본 막국수의 모습은 처량하다.
강렬한 양념에 비벼져
본연의 메밀 맛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사람들이 메밀 맛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온갖 양념으로 버무려 가며
메밀 맛을 지우고 먹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스스로는 자신의 겉치장을 위해
얼마나 많은 양념을 비벼대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잃어가는 줄도 모른채
다른 사람 눈에 비칠 자극적인 모습만
내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한 동안 입에 대지 않았던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