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6일~11일, 주목할 만한 지속가능성 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alckrock)이 지속가능성 관련 데이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블랙록은 4/8(수)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참고1] 주요 내용은 블랙록의 투자관리 플랫폼인 알라딘(Aladdin)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주어(Azure)를 통해서 구동한다는 것입니다. 블랙록은 자체적인 데이터 센터를 통해서 투자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블랙록이 관리하고 있는 투자 자산 규모는 7.4조 달러로 글로벌 전체 투자자산의 2.5% 수준에 달합니다. 블랙록이 자체적인 데이터 센터만으로는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블랙록은 올해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기후변화 이슈가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 위협이 곧 투자 위협이며("Climate Risk is Investment Risk"),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의 상당한 재분배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을 했습니다. 블랙록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ESG 요소;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어로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하위 구성 요소들입니다.)을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도 공개하였는데요, 2020년 올해 말까지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서 ESG 관점에서 리스크를 평가하고,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주된 투자 기준이었던 신용등급과 유동성 리스크를 평가하는 기준과 동등한 수준으로 ESG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참고2]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나요?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어려워서 누구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서 ESG 요소로 투자 리스크 및 수익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ESG 데이터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ESG 요소가 투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중장기적이고, 간접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장에서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가져다 쓰는 것과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가져다 쓰는 것이 향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저 태양광발전소에서 전기를 가져다 쓰면, 당장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만 떠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ESG 요소가 장기적인 자산 투자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영향을 알 수 없으니 투자 기준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블랙록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투자자산 플랫폼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구동하기로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같은 미래 핵심 기술들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블랙록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ESG 요소가 투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근 부상하고 있는 첨단 기술들을 통해서 분석하고 이를 표준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첨단 분석기술들이 발전하면서, ESG 요소의 투자 수익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 현상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ESG 요소를 투자 기준에 반영한 지속가능투자는 지금까지 윤리적 투자자 혹은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윤리적 투자자는 도덕성을 중시했고, 기관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블랙록 같은 민간 자산운용사는 그야말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운영이 됩니다. 블랙록의 참여로 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ESG 요소가 향후 투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교한 모델링과 최신 기술을 통해 분석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요인이 어떻게 투자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블랙박스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유형을 가리지 않고, ESG 요소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도입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투자자들이 ESG 요소를 중요 투자 요인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에게 ESG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입김이 거세질 것입니다. 이미 나이키, 애플, 유니레버 같은 선진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이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체적인 사업장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ESG 영향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아직 자체적인 사업장에서의 ESG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ESG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상황입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ESG 데이터 공개를 요구받게 되면, 부랴부랴 부실한 데이터를 제출하거나, 제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ESG 데이터 공개가 부실한 기업에게는 투자 위험성(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 기업 가치 하락,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친환경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새롭게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의 경우 ESG 정보 공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는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돈 버는 일에 가장 민감한 투자자들도 지속가능성 요소를 의사결정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그 말은 기업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을 관리하는 일이 돈을 버는 일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지속가능성을 먼 미래 이슈로만 바라보고 있고, 그나마 지속가능성에 대응하는 활동도 사업과는 동 떨어진 홍보를 위한 활동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도 없고, 관리할 수도 없으면 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ESG 데이터를 측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리도 못하고 있고, 사업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ESG 데이터 측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ESG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은 사업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환경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에 서둘러야 합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ESG 요소로 인한 사업 Risk 요인까지 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응책까지 준비를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과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자기 사업의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모른 채 사업을 하는 후진 기업에 만족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