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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Apr 18. 2020

MS, 지구 상 모든 환경 정보 수집을 꿈꾸다.

2020년 4월 셋째 주, Sustainability 뉴스레터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서 지난 4/15(수) '행성 컴퓨터'(Planetary Computer)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 클라우드 컴퓨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 NGO 등 파트너들에게 보다 정확한 환경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들의 의사결정을 돕겠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국가와 전 세계 환경정책에 대한 MS의 목소리를 높이고, 2025년까지 MS의 사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더 많은 영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겠다고 합니다.




MS의 환경 데이터 수집 이니셔티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Time is our most valuable asset!
환경 문제에 대응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MS의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가 의미 있는 이유는, 만약 실현될 경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한 환경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플라스틱 폐기물 등 대응이 시급한 환경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가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우리 환경부에서 낙동강유역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수십 명의 연구자가 투입되어 14개월간 진행을 했습니다. 그마저도 전수조사를 할 수가 없으니 일부 지역을 샘플로 조사하고,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추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환경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수집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그렇게 얻은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정확성은 떨어집니다. 생태계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생태계 정보 조사를 주기적으로도 진행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방법으로는 전 세계에 걸쳐 생태계 정보를 파악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했음에도 아직 우리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생태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당연히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고,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많은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MS는 어떻게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건가요?



MS는 2017년부터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Eart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MS가 5년간 5천만 달러(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프로젝트로 이번에 발표된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S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원리는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 모두 같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서 다양한 이미지(사진)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이미지 정보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어떻게 생태계 정보 수집과 생태계 보호에 활용될 수 있는지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멸종위기 종인 얼룩말이 살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룩말을 보호하는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얼룩말이 생활하는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얼룩말이 어떤 위협에 노출이 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서 얼룩말 무리가 군집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할 수는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 군집이 아닌 얼룩말 각 개체에 대한 경로 추적이 가능하게 됩니다. 얼룩말도 사람의 지문과 같이 무늬 패턴이 개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각 개체의 이동경로 및 생사여부를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술이 적용되는 건 얼룩말뿐만이 아닙니다. 동물, 식물, 농산물, 사막, 물, 대기 등 상당히 많은 영역에서 환경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MS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까요?



MS의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가 파일럿 단계를 넘어 기술적으로 성숙될 경우, 앞으로 우리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MS에서 미국 전역에 대한 지리/환경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 2억 장의 이미지 파일을 처리했는데, 단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앞서 국내에서 낙동강유역 습지 생태계 조사를 하는 데에만 14개월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준에서도 미국만한 지역의 생태 정보를 10분마다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졌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인공위성 사진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사진 정보들이 모이고 머신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인식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다양한 생태 정보를 더욱 정확하고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환경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생태계의 모습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환경 문제 해결을 가속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해결책을 도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답답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 모두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환경 문제의 진위여부를 두고 논쟁만 벌이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곧 정치적인 문제로 귀결이 되곤 했습니다. 권력과 돈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원하는 대로 환경 문제가 규정되어 왔습니다. 정확한 환경 데이터의 확보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보다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NGO 등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조직 역시 인식 전환 캠페인보다는 정확한 데이터 해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문제 해결 활동에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환경 규제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고, 사전에 생태발자국에 대해서 고민하고 관리했던 기업과 환경에 무관심하게 사업 활동을 했던 기업의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민간기업인 MS는 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더 이상 민간기업은 주주수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던 민간기업이 혁신적인 기술, 대규모 자본 그리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MS뿐만 아니라, 테슬라, 유니레버, 나이키, 구글, BASF,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의 존재 목적과 미션을 재정의하며, 현재 사업 활동으로 인한 영향을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MS의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는 아직 사업과 완전히 연계되지 않은 별도 이니셔티브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사업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과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 MS의 '행성 컴퓨터' 이니셔티브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9eJMzZEj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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