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지구의 날(4/22)에 맞춰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Planet of the humans> 입니다.제목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지구를 정복한 인류' 정도 느낌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래 유튜브 주소로 가시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개봉 3일만에 160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지구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은 최근 200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인구 수는 10배가 늘었고, 한 사람당 천연 자원 소비량도 10배가 늘었습니다. 인류 전체로 보면 200년 전 대비 지구의 천연자원을 100배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었던 건 수 억 년 이상 쌓아 온 화석원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화석원료에 의존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채 100년도 못 되서 화석원료는 고갈될 것이고, 기후변화 같은 부작용 역시 감당할 수도 없습니다. 인류는 성장을 계속해야 하니, 이를 위해 화석원료를 대체할 에너지 자원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그 해답으로 찾아낸 것이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입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우리 인류는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영화는 인류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건 단지 허상(Illusion)에 불과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영화 속 생태학자들은 우리 스스로 그 영향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우리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다. Green energy would not save us
인류는 수 억년간 축적된 화석원료는 고갈될 위험이 있으니,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은 다른 원료들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무한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태양, 바람, 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보면 화석원료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은 바이오매스원료입니다. 그리고 바이오매스의 주된 원료는 나무입니다. 태양광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서도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의 비중이 60%가 됩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소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세계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사용되는 원료를 수입해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 억년 간 축적되어 온 화석원료 대신에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 해줄 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인 셈이죠.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발전소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는 나무 농장이 들어서게 되고, 땅이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진국 정부들의 보조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류가 가진 마지막 방어 수단을 없애는 데에 선진국가들이 앞장 서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화석원료를 대체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현실에 환경운동가들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런데 시에라클럽, 350.org 등 포함한 대다수의 환경단체들이 이에 대해 선뜻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같은 질문에 일반 시민들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나무를 베어 내는 건 지속가능할 수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왜 바이오매스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얘기하지 못할까. 영화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환경단체들이 바이오매스에 투자해 돈을 벌고 있는 billionare들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자본주의와 환경운동이 결탁하여 만들어 낸 허상 The merger of capitalism and environmentalism is completed
수 조원 대의 자산가들은 아직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은 천연자원에 미리 투자를 하고, 이를 수익화하기 위해서 환경단체를 앞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바이오매스에 투자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기업, 항공회사, 정유/가스 회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전환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그 수 조원 대의 자산가들이 누구인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들은 나무 이후에 천연자원을 찾기 위해 동물 지방, 해조류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맹신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한 뒤에야 끝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됩니다. 앞서 생태학자들의 주장처럼 그때면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겠지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가 과연 정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수 조원 대의 자산가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가 과연 우리 인류의 생존을 지켜줄 수 있는 방향일까요? 은행도, 기업도, 정부도, 심지어 환경단체들도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누구도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 모두에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한다면 당장의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가 됩니다. "무한한 성장이 인류에게 자살 행위라는 것을 우리는 받아 들여야 한다." (We have to accept that the infinite grow means suicide for us.) 이러한 인식만으로도 우리의 미래를 자산가들의 손에 맡겨 놓는 대신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바꾸어야 할 건 우리 삶을 지탱할 에너지원이 아니라, 무제한 성장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 스스로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