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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Jul 06. 2016

SDGs 수립과 지속가능경영의 진화

GRI 가이드라인 & ISO 26000과 SDGs의 연계

2015년 9월, UN산하 193개 국가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6~2030년)를 향후 15년간 국제사회의 발전목표로 설정하였다. 2000년에 수립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 2001~2015년)가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에 초점을 맞춘 목표였던 반면, SDGs는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진화하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다년간 참여해서 작업을 한 만큼 국제사회가 합의히고 지향하는 공동의 목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경제/사회/환경 모두를 아우르는 17대 상위 목표와 169개의 하위 목표로 구성된다.


17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국제사회의 경제발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KPMG(2015)[1]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250대 기업 중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비중이 무려 92%에 달한다. 45개의 주요 국가별 100대 기업(총 4,500개 회사) 중 73%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기업별로 지속가능성 활동 수준에 차이는 있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지속가능성과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만큼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에 보편적인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시 참고하는 주요 가이드라인이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ISO 26000 사회적책임표준이다. GRI 가이드라인과 ISO 26000 표준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관리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 둘을 참고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SDGs가 수립되면서 GRI 가이드라인과 ISO 26000 표준 역시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활동을 SDGs와 연계시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IKEA와 같이 지속가능경영 선도적인 기업은 이미 자사의 사업과 SDGs를 연계시켜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국제표준이나 트렌드를 쫓아가기 바쁜 기업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는 KT가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이사회 기관으로 승격시키고, SDGs를 미래 사업 및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RI와 ISO26000  기준이 SDGs와 연계되면서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활동 역시 SDGs의 틀 안에서 소통하게 될 것이다. UN의 SDGs[2]의 이행수단과 글로벌 파트너십 부 67항을 살펴보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이 SDGs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한다.  


“민간기업 활동, 투자 및혁신은 생산성, 포용적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요 동인이다… 우리는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발전의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그들의 창조성과 혁신을 적용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관련 국제 기준과 협약 및 기타 진행되고 있는 이니셔티브*에 따라 기업이 역동적이고 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참고>
* '국제노동기구 다국적기업 및 사회정책의 원칙에 관한 삼자 선언', '유엔글로벌컴팩트 원칙',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 원칙', 'ISO 26000 사회적 책임에 관한 지침',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포함




국제사회가 SDGs 달성하기 위해서 기업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전 MDGs와는 달리 기업의 '기부금'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혁신발휘해주길 바라고 있다. 기업은 기존 사업 내 Value Chain 전반에 걸쳐 SDGs 달성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음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자원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등 소비자의 사용단계에서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도 있다. GE의 Ecomagination이 이러한 맥락이다. 기존 사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롭게 요구되는 사업분야에서 SDGs 달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 전기차, 태양광,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에너지신사업은 물론 헬스케어 같은 산업도 포함된다.


Value Chain 상에서 SDGs 달성에 기여 예시(SDGs Compass)


지속가능경영은 해당 기업이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공시의무가 없는 비재무정보를 공개하는 부담은 여전다. 비재무정보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했을 때, 비로소 해당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사회/환경적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대외협력/홍보실에서 지속가능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홍보실 특성상 기업에서 잘하고 있는 내용을 포장해서 더 알리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내용은 최대한 숨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외 이미지는 관리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마주한 경제/사회/환경적 니즈를 파악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기존 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을 관찰하면서 고객을 알아가 한다. 지속가능경영 역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부분에 불만을 터뜨리고, 어떤 니즈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GRI 가이드라인과 ISO 26000은 지속가능경영 범위 전반에 걸쳐 비재무정보를 공개하도록 틀을 제공한다. 이 기준들 역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GRI 가이드라인이 4번째로 개정되면서(G4), '중대성 이슈(Materiality)'를 중심으로 비재무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성 이슈'는 해당 기업 사업적 관점과 외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종합하여 판단한 중요 이슈들을 의미한다. 지속가능경영 전 범위를 동일하게 다루기 보다는 우선순위가 높은 이슈를 더 심도있게 공개하도록 했다. 비재무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은 물론, 이를 활용해 CSR Risk를 고려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비재무정보 공개방식이 전환되고 있다.


SDGs의 수립과 함께 GRI 역시 향후 5년 전략을 수립하였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마련하고, 지속가능성 정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미션 설정하였다. 자연스럽게 GRI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GRI가 새로 수립한 지속가능발전 전략


ISO 26000 사회책임경영표준은 기업을 포함한 조직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으로 출발하였다. 이미 CSR과 지속가능경영이 혼용될 만큼 서로의 영역이 겹쳐져 있는 상황이다. ISO 측에서는 ISO 26000 표준으로도 충분히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향후 ISO 26000과 SDGs간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개념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 각 기업들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정의 및 이해 수준이 상이하다. 어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미래 세대의 필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경영'이라는 거대 담론차원에서 이해하는 반면, 어떤 기업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경영'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수준으로 이해하는 등 방향성이 천차만별이다.


SDGs가 수립되고, GRI 가이드라인과 ISO 26000 등 기준들도 SDGs로 연계되면서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특별한 철학적 관점을 가지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SDGs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경영' 정도로 정의할 것이다. 개념 상 혼란이 해소되면서 기업들은 SDGs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과 효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동안 대외협력 및 홍보 수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온 기업들은 현재 혹은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활동들이 SDGs 목표 달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활동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아도취에 빠져 아름다운 미사여구와 선한 경영자의 철학을 내세우는 지속가능경영은 앞으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비재무정보 관련 공개 양식 및 평가 툴이 개선되면서 지속가능경영도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성과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지속가능경영(혹은 CSR)이 2000년대 초반에는 자발적인 '착한' 활동으로 긍정적인 평판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2010년 들어 지속가능경영이 보편화되면서 필수적인 '사업 외' 활동으로 사회/환경 Risk 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전세계 경제발전 패러다임이 SDGs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속가능경영이 사업전략에 내재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기업이 사업을 발굴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경영의 관점에서 사업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활동가 데이비드 브로워(David Brower)는 '죽은 행성에서는 어떠한 이익도 창출할 수 없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이런 거창한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경영환경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적응해야 한다.




[1] http://www.kpmg.com/CN/en/IssuesAndInsights/ArticlesPublications/Documents/kpmg-survey-of-corporate-responsibility-reporting-2015-O-201511.pdf

[2] UN(2015.10), '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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