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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시간을 낭비하는 리더 (7편)

자존심이 센 리더

by 녹차라떼샷추가

자신의 잘못을

수습하려던 리더 S


다녔던 회사에서 거물급 인재를 영입한 적이 있었어요. 편의상 S라고 할게요. S는 학력과 경력, 이력 등 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글로벌 스펙을 가진 분이었죠. 그분의 이직 소식은 언론에서도 다룰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성원들의 기대도 컸고요.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신설 조직을 맡아 빠르게 키워낼 적임자라 믿었거든요.


S가 합하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인재 영입이었어요. 헤드헌터를 고용해서 실무를 맡아줄 직원을 찾았죠. 몇 명의 후보자를 두고 5차례 이상 커피챗과 비공식 면접을 거쳐서 최종 후보자 A를 선별했어요. 이후 A를 단독 후보자로 공식 면접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고요. 회사 경영진들은 후보자 A는 이미 신임 임원이 수차례 검증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다행히 면접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렇게 A는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죠. A가 연봉을 다소 높게 제안했지만 검증된 인재라는 생각에 경영진도 너그럽게 받아들였죠.


막상 일을 시켜보니 A의 역량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졌어요. 전문 영역이라며 자신했던 분야마저도 신입사원보다 나은 점을 찾을 수 없었고요. 게다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업무를 하려는 태도 때문이 다른 동료들과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어요. A가 연관된 업무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자,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A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어요. 제가 봐도 엄연히 채용 실패였어요.


이에 대한 신임 임원 S의 대응은 실망스러웠어요. A를 채용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A의 업무 역량과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직원들에게는 "당신들 때문에 A가 일을 못하는 거 아니냐"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요. 게다가 뒤로는 자신의 권한으로 A에게 일방적으로 기회를 몰아주고, 따로 시간을 내서 수시로 코칭을 해주는 모습이 보였어요. S가 다른 직원들에게는 사소한 실수에도 불 같이 화를 내면서 문책하는 성격이었지만, 유독 A에게만은 한없이 너그럽게 대하기도 했고요. 이를 지켜본 구성원들은 S가 불공정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실패보다 아쉬운

리더의 시간 낭비


제가 S에게 실망한 지점은 불공정성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더 심각한 문제였죠. 바로 리더가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쓰는 시간 말이에요. '채용을 잘못했다'라고 인정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시간을 쓴 거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요.


회사가 리더에게 높은 연봉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만큼 회사에 기여하는 시간 가치가 크기 때문이에요. 이를 알고 있는 리더들은 회사에서 일분일초의 시간도 소중하게 써야 해요. 쉽게 말해서 리더가 1시간을 신사업에 고민하면 신사업 관련한 업무 진행은 그만큼 나아갈 수 있어요. 만약에 리더가 자기 잘못을 수습하는 등 회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데에 시간을 쓰게 되면 그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꼴이지요.


세계적인 천재들이라고 해서 모든 의사결정에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과거에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의 신사업 역사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어요. 내로라하는 제프 베조스도 신사업을 엄청 말아먹었어요. 2014년 출시했던 스마트폰 Fire Phone 같은 사례가 수두룩하더라고요. 아마존을 조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이 하나 있었어요.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변명하지 않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었어요.


리더의 의사결정 성공률은 야구선수의 타율과도 같아요. 모든 상황에서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야구에서 3할 타자가 엄청난 성적으로 인정받듯이, 회사 리더에게도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30% 정도 의사결정 성공률이면 꽤나 괜찮은 수준이라 생각해요. 다시 S 리더의 사례로 돌아와서. S가 채용에 한번 실패하면 어때요. 채용 말고도 그 리더가 해줘야 할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한 번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서 이미 지나간 결정사안에 대해 쓸데없이 시간과 노력을 쓰느니, 앞으로 다가올 의사결정을 고민하고 성공시키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리더는 권력이 아니라

조직에 더 크게 기여하는 역할


리더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조직 공동체에 기여하는 역할임을 명심하자고요. 리더로 성공하려면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해요. 보통 사람들은 자존심 상하기 싫어서 '갑'이 되고 싶어 하고, 리더의 지위에 오르고 싶어 하잖아요. 막상 그렇게 리더가 되고 나면 결국 그 자존심에 발목이 잡히게 될 거예요. 스스로 대단하다는 걸 확인하고 증명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쓰다 보면, 조직 전체 성과를 위한 고민은 그만큼 덜하게 될 테니까요.


본인의 실패를 바로잡으려 애쓰지 마세요. 감정적으로 실패의 쓰라림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성적으로 인정하고 넘어가셔야 해요.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니까요. 리더가 되면 하루에도 수 십 가지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해요. 게다가 하나하나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만도 않고요. 그렇지만 그 누구도 모든 의사결정에 성공할 수는 없어요. 그런 걸 알면서도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고집하고 자존심 내세우는 일은 쓸모없는 일이죠. 과거의 실수 하나보다는 앞으로 만들어 갈 수 백 가지의 성공 사례에 집중하셔야 해요. 오늘 큰 실수를 해서 좌절에 빠져 있다고 해도, 내일이 되면 또 수 십 가지 책임을 져야 할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그게 리더의 자리에 있는 한,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 생각하고요.


실패 수습하기 = 밑 빠진 독에 불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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