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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시간을 낭비하는 리더 (8편)

감정이 앞서는 리더

by 녹차라떼샷추가

직원들이 답답했던 리더


얼마 전, 한 회사의 대표로 있는 지인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더라고요. 직원들이 일을 대충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 월급 받으면 자기 일처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같은 말을 수십 번 해도 왜 알아듣질 못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제가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와 같은 말들을 하면서 불만을 쏟아냈어요.


대표의 마음이 이해는 됐어요.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하고, 매출이 될만한 작은 기회 하나도 절실하게 생각했으니까요.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는 없으니 직원들에게 정서적으로 기대는 부분도 있었을 거예요. 그만큼 직원들에 대한 기대도 높았겠죠. 하지만 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잖아요. 키는 업무만 처리하고, 안되면 말고 식의 쿨한 태도로 일하는 직원들이 못 마땅하게 보였을 거예요.




감정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


문제는 그 대표가 답답한 감정을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에요. 직원들 태도가 답답하니 화를 내고, 바뀌지 않는 모습에 더 크게 화를 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급기야 직원들의 말투, 표정, 행동 하나까지 지적하게 되었고요. 그 정도면 꼬투리를 잡아 직원들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그런 영향 때문인지 최근 회사 직원들이 우수수 퇴사를 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대표가 직원들에게 바랐던 건 단순했어요. 조금 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달라는 것. 원들도 그런 기대를 몰랐던 건 아니었을 것이고요. 대표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도 했을 것이고요. 그런데 대표가 감정을 쏟아낸 이후부터 직원들은 마음 상했을 거예요. 화하려는 의지도 사라져 버렸을 것이고요.런 상태가 되고 나니 대표 눈에는 직원들이 대충 일하는 것처럼 보였겠죠. 직원들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먼저 감정을 쏟아낸 대표가 상황을 망친 책임이 더 큰거죠.




'하고 싶은 행동'보다 '필요한 행동'을


위 사례에서 대표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거예요. 원들 입장을 들어보니 대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대표가 "주도적으로 일하라"라는 말을 반복하긴 했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었다고 해요. 직원들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 자기 마음대로 진행했다며 질책을 듣고, 정작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는 왜 주도적으로 일을 안 하냐고 불만을 듣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해요. 그러니 섣불리 행동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고요. 대표는 직원들에게 일을 대충한다고 불만을 쏟을 게 아니라,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 기대 사항을 전달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거죠.


리더는 '하고 싶은 행동'이 아니라,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해요. 그러려면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오히려 방해가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하고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답답하더라도 참을 수 있어야 해요. 반대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요. 오랫동안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리더는 상황에 따라 그런 유연함을 갖춘 사람들일 거예요.


리더 역할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의 꿈, 철학, 신념, 세계관에 가까워지기는커녕,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하물며 조직의 성과 앞에서 순간의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리더의 자질로 치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리더를 준비하는 분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어요. 리더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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