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동화_5. 특이한 깃털색을 가진 펭귄들의 대화
남극동화_5.
어느 날씨 좋은날 갈색펭귄은 하얀색 어린 펭귄을 만났다. 갈색펭귄은 올해도 짝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만든 둥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보다 더 특이한 하얀펭귄을 본 갈색펭귄은 측은한 마음에 하얀펭귄에게 다가갔다.
갈색펭귄 : 하얀펭귄아. 너는 나보다도 더 기구한 운명을 받고 태어났구나.
하얀펭귄 : 안녕하세요? 갈색펭귄님. 그건 무슨 뜻인가요?
갈색펭귄 : 우리의 색깔을 말하는 거란다. 자 보렴. 나는 이런 갈색빛을 가지고 태어나는 바람에 아직도 짝을 만나지 못했단다. 다른 펭귄과 다르게 생겨서 선택받지 못하는 거야. 매년 열심히 둥지를 만들어 보지만, 올해도 소용없는 짓이었지. 그런데 너는 나보다 더 심하구나. 그런 색깔로는 짝을 구하기 어려울거야. 너의 흰색털은 아름답지만, 그걸로 인해 무서운 물범의 첫번째 공격목표가 되 버릴 수도 있단다. 게다가 너가 먹으려는 물고기는 너를 쉽게 찾아내 도망가 버릴지도 모르지. 그리고….. 너와 나는 다른 펭귄보다 오래 살기 어려울지 몰라.
하얀펭귄 : 그렇군요.. 그래도 걱정마세요. 저는 제 흰색 털이 좋답니다. 이렇게나 많은 펭귄이 있지만, 저와 갈색펭귄님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잖아요. 삶이 조금 어렵고, 수명이 짧을 지라도 하루하루는 저에게 특별할 테니까요. 이렇게 저를 보살펴주는 엄마아빠도 있고, 같이 자란 형제도 있답니다. 저도 더 크면 갈색펭귄님처럼 단단하고 멋진 날개를 가질 수 있겠지요? 그 날개로 바다를 휙휙! 날아보고 싶어요.
하얀펭귄 : 갈색펭귄님은 바다에 나가보셨나요? 바다는 어떤 곳인가요
갈색펭귄 : 바다는 위험한 곳이야. 먹이를 구하기위해서는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닷속에는 언제나 우리를 노리는 무서운 물범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물범이 없는 안전한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매번 목숨을 걸고 헤엄쳐야하지. 너의 솜털이 다 빠지고 새로운 깃털이 날 즈음에는 겨울이 시작 된단다. 겨울이 되면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먼 바다로 나가야해. 바다가 다 얼어버려서 나가지 않으면 이곳에 갇혀 버리거든. 언 바다의 끝에서 유빙들 사이를 떠도는 생활을 해야 한단다. 올라갈 유빙을 찾지못하면 차가운 바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
하얀펭귄 : 와...유빙이라. 우린 먼 여행을 떠나게 되는군요. 기대되라! 하염없는 바다위에서 바라보는 유빙들은 또 얼마나 멋질까.
갈색펭귄 : 넌 아무것도 모른단다. 이곳의 겨울은 한없이 춥고 어두워. 겨우 하늘의 어스름한 별 빛에 의존해 먹이를 잡고, 떠돌아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다.
하얀펭귄 : 어두운 밤하늘엔 별도 가득이고, 녹색 빛도 가득하다죠? 엄마가 얘기해 주었어요. 지금은 밤이 없어 별을 본적이 없는데, 반짝반짝하는 별들은 또 얼마나 멋질까요? 갈색펭귄님의 걱정은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의 저에겐 모든 일들이 새로운 경험이고 모험이랍니다. 저는 하루하루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갈색펭귄님. 여행중에 멋진 일은 없었나요?
갈색펭귄 : 멋진일이라. 그래. 고래들이 떠오르는구나. 바닷속에는 무서운 물범도 있지만, 거대한 고래도 있단다. 우리보다 수천배는 큰 고래들은 우리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지. 고래들은 대부분 우리를 잡아먹지 않아. 때론 무서운 물범을 쫒아내 주기도 한단다. 고래들이 이야기해주었는데, 밖의 세상엔 따뜻한 바다도 있고, 또 다른 차가운 바다도 있다는 구나. 물위에는 고래보다도 더 큰 배들이 돌아다니고, 여기와는 달리 뭍에도 많은 동물들이 살아간다고 한단다.
하얀펭귄 : 저도 고래님들을 만날 수 있겠죠? 따뜻한 바다라. 그곳에는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을까요? 고래들을 따라 멀리멀리 가보고 싶어지네요.
갈색펭귄 : 하하하. 넌 정말 걱정이 하나도 없구나.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난 돌아가 마저 둥지를 보수 해야겠다. 혹시 아니? 너처럼 긍정적인 멋진 펭귄이 언젠가 나타나 내 짝이 되어줄지. 멋지게 자라거라. 내 장담하지. 넌 최고의 깃털을 가지게 될 거란다. 바다에서 보자꾸나.
하얀펭귄 : 저도 즐거웠답니다. 갈색펭귄님!
동물에서 깃털색의 변이는 간혹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가끔 TV나 인터넷에 알비노(Albino) 동물들이 행운의 상징처럼 나오는 것을 본적이 있으실 겁니다. 동물에서 색깔변이는 완전백화현상인 알비노(Albino, Albinism)와 부분백화 또는 다른색으로 보이는 이자벨린(Isabelline, isabellinism) 으로 나뉩니다.
펭귄에서도 색깔변이가 간혹 관찰되는데, 위의 갈색펭귄은 멜라닌색소 이상인 이자벨린 현상으로 보입니다. 하얀펭귄은 알비노로 보이긴 하지만, 눈색이 검어서 정확히 판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좀더 자란상태에서 동공의 색깔이 검은색이 아닌 붉은색이면 알비노가 맞겠지만, 검은색이면 이 펭귄 또한 이자벨린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변이는 주로 유전자의 변형 때문에 발생하며, 유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변이가 될 경우 아무래도 포식자의 눈에 더 띄기쉽고, 먹이를 잡을때는 피식자에게 쉽게 들킬 염려가 많습니다. 때문에 야생에서는 오래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알비노의 경우는 시력도 낮은 경우가 많아 야생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일부 동물에서 동족과 다른 형태는 짝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동물에서 색변이가 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 글에서의 갈색펭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