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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Dec 02. 2019

마카로니펭귄

세종기지에서 가까운 펭귄 번식지에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약 오천쌍 번식한다. 2011년부터 4년동안 매년 젠투, 턱끈을 만나러 다녔다. 간혹 다른 번식지의 아델리펭귄이 놀러오는 경우는 많았어도 그외 다른 펭귄을 만나는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마카로니펭귄은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 북쪽 어딘가에 번식지가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갈수있는거리가 아니어서 직접 가볼수는 없었다. 그런데 강한 블리자드가 며칠 불고난 이후에 선물처럼 세종기지 펭귄마을에  마카로니펭귄이 나타났다. 쌩뚱맞은 화려한 깃털을 가진 펭귄이 나타났을때 나는 이녀석이 무슨 종인지도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한번 나타난 녀석은 짧으면 몇시간, 길게는 며칠을 펭귄 번식지에 머물다 사라졌다.

마카로니펭귄이 이곳 번식지로 온것은 우연일 것이다. 먹이를 구하러 바다를 떠돌다 갑작스런 폭풍을 만나 가까운 피난처를 찾다가 이곳 펭귄들을 따라 이곳에 상륙했을것이다. 한국에서도 태풍이 불고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보기힘든 새들이 나타나곤하는데 태풍때문에 길을 잃고 우연히 방문한 경우이다. 이런 새들을 미조(길잃은새)라고 부른다. 그래서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운을 바라며 태풍의 길목에 있는 섬을 찾기도한다.  

세종기지에서 4년간 4~5마리의 마카로니펭귄을 만났다. 한시즌에 한번꼴이다. 건강해보이는 개체도 있었고, 깃털이 많이 상한 약해보이는 개체들도 있었다. 이런 녀석들이 더 오래 머물다 가곤했다. 기분좋은 만남이었지만, 자기 번식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짝과 새끼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했다. 건강을 회복해 원래의 번식지로 잘 돌아가기를 바랬다. 그리고 욕심이지만 우연처럼 또 나타나주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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