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공의가 읽은 [브레인 에너지]

마음아~ 나야, 몸이야

by 파랑고래

'브레인 에너지'란 책을 읽었다. '크리스토퍼 M 팔머' 라는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가 2023년 집필한 책이다.

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님의 추천 영상을 보자 마자, 평소 내가 관심이 분야였던 터라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완독 후의 소감은,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로서 정말이지 너무나 명쾌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동시에 용기를 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정리한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정신의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쓰라린 비판

정신의학과는 참 매력적인 과이지만, 동시에 참 좌절감을 많이 주는 과기도 하다. 환자들의 증상이 모호하고 겹치는 범위가 많아 현 진단체계인 'DSM-5' 로 진단을 정의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이 두개 이상의 진단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다.


또한 정확한 진단을 한다 할 지라도, 병의 발생기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에 근원적인 치료가 어렵다. 기침을 하는 폐렴이 환자에게 원인균을 찾아 항생제를 쓰는 것이 아닌, 기침 증상을 완화해 주는 '대증 치료' 만을 하는 셈이다. '우리는 감기 환자에게 타이레놀만 주는 상황가 다르지 않다' 는 저자의 비판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여러가지 정신과 약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효과가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약으로 인해 드라마틱하게 모든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치료 시도 이후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게 되면 정신과 의사들은 '치료 저항성' 이라는 범주로 진단을 내린다. 저자의 비판처럼, 우리는 병에 대해 잘 모른 채 해당 환자에게 '치료 저항성' 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비판들이 정신과가 '무능한 과' 라고 규정 짓는 것 같아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품었던 의심들이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마음은 몸과 연결 되어 있다. 포기하지 말자

저자는 결국 모든 정신질환은 '대사 문제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 이라고 주장한다.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근거도 제시하며 해당 이론으로 정신질환의 병리를 설명한다. 참 명쾌했다. 특히 저자가 대사 문제를 교통 체증, 미토콘드리아를 운전자에 비유한 데에서 의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하버드 교수님이셔서 그런가..


또 다른 놀란 점은 저자는 정신의학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당뇨, 고혈압, 감염질환 등에 대해 굉장히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고용량 갑상선 호르몬제 치료' 를 시도한 예시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정신과 의사들은 웬만해서는 내과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특정 질환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검사 수치가 내과적 질병을 유발한 정도의 이상 범주가 아니어도 충분히 정신과적 질환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가 갑상선 수치가 정상이어도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하는 것 처럼 말이다.


다소 과격히 말하자면, 환자의 내과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정신과 의사들의 태도는, 일종의 방관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를 의학의 범주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는 것과 동시에 '몸과 마음은 분리되었다' 는 것을 환자 및 의료진에게 전파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음과 몸의 연결고리에 관심이 매우 많다. 때문에 대사적 문제로 정신질환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시선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여러과의 문제를 다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울 수 있게 정진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결국 환자를 깊이 이해 해야 한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저자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통일된 치료 지침' 은 제공하지 못했다. 환자가 처해져 있는 상황, 개인별 건강 상태 및 스트레스 정도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황에 맞춰진 '개별화된 치료법' 등을 진행하라고 조언을 한다.


이를 위해선 결국 환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한 혈액검사, 영상검사를 통해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기간 환자와 대화하고, 환자를 관찰하고, 환자에 대해 고민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고군분투 하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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