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공의가 읽은 [7년의 밤]

처절한 비극 속 위대한 승리

by 파랑고래

처절한 비극 속 위대한 승리

'7년의 밤'

군 복무시절, 참 똑똑했던 한 선임이 자주 읽던 책이다.

왜 이 소설은 7년의 두 배인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 한 켠에 담아져 있던 것일까.


우연히 도서관에서 '7년의 밤'을 집었을 때,

끔찍할 정도로 자세히 삶의 비극이 묘사되어 있는 문장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가기가 벅차게 느껴졌고, 결국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닫게 되었다.


그 뒤로 한동안 이 책은 나에게 숙제로 남게 되었다.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로써, 삶의 비극에, 그것도 허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직면하지 못한다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반드시 완독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중고 서점에 들러 '7년의 밤'을 호기롭게 구입하였지만,

여전히 마음을 직구로 관통하는 생생한 묘사와 비유가 기다리고 있는 세계를 탐험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순간의 실수로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위기로 빠트린 한 남자가,

수 많은 어려움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아들의 삶을 지키는 과정은

단순히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비극을 맞이 할 수 밖에 없게 된, 등장 인물들의 삶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각자의 삶에 비극 앞에서 무너지고, 좌절하고, 분노하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나갔다. '비극 속 승리'를 한 셈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악역(오영제)는, 끓임 없이 외부 세계를 통제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다. 결국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희극 속 패배'를 하게 되었다.


얼마가 고통 스러운 삶을 살지라도,

자신을 잃지 않고자 하는 용기만 놓지 않는다면

결국 남이 보기에 삶이 '비극'이라 해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만족하며 승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환자들이 그 용기를 잃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정신의학의 역할일 지도 모르겠다.


그게 참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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