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작열하는 태양이 마치 홍시 같다.
홍시가 무너져 내려 내 몸을 뒤덮는 듯하다.
온몸이 끈적해져서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접촉할 수 없다.
내가 더위를 보기도 전에 더위가 나를 먼저 꿰뚫어 본다.
시선만으로 이리 따가울 수가.
숨을 수도 없는 그 시선은 내가 어디를 가든 자신을 바라보기를 기다리며 나를 응시한다.
어색한 관계를 희석시키듯이 갑자기 비가 내린다.
아, 숨통이 트인다.
부담스럽던 더위의 시선이 잠시나마 비로 옮겨졌다.
하지만, 열기에 못 이겨 비는 금방 도망가버린다.
이 홍시 같은 태양은 식기는커녕 더 뜨겁고 끈적해졌다.
어쩔 수 없네, 난 녹아내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