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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적응기 - 1

비행기에 오르며

by 정진우


문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지만 구름 한 점조차 보이지 않고 새까맸다. 대학교 친구들과 떨어져 있는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두려웠던 탓인지, 비행기 의자가 불편한 건지, 기내식이 속에서 얹혔는지 모르겠지만 속에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멈추지 않았다.


싱가포르에 취업해서 1년 동안 살 사람을 뽑는다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교수님께 무턱대고 지원한다고 말했었다. 그게 벌써 작년 중순 이야기다. 그때는 이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일인지 몰랐었다. 그냥 ‘아 저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맴돌아 혼자 잠시 고민하다가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 인터뷰 연습과 영어수업, 싱가포르에 관한 수업, 세계사와 문화, 요리에 관한 수업도 받으며 미지의 땅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출국하기 대략 한 달 전부터 나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꼈다. 1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싱가포르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인지 나는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하지만 시간은 당연히 불안한 나를 배려해 주지 않으며 빠르게 흘렀고, 나는 지금 비행기에 몸을 맡긴 것이다. 사실 비행기에 탈 때, 나는 확신은 없지만 일단 한번 타지 땅을 밟아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비행기에서 설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뒤편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출국 직전에 주변사람들한테 한 달만 있다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다니고는 했다.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해봐도 어차피 난 이 조용하고 어두운 비행기에 있을 뿐이다. 난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을 멈추고, 다시 웹툰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잠에 들지는 못했다. 비행기에 내리며 입국절차를 밟는 나는 약간의 찝찝함과 기대감, 불안함이 섞여 처음 겪는 싱가포르가 나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입국을 마치고 우리는 곧바로 유심카드를 구매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는 풍족한 데이터 100GB 요금제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신이 난 우리는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공항을 나선 우리는 당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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