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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 남미 남자들은
잘 생겼나요?

여행 후 자주 들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 2

by Sujin

앞선 질문들에 이어 그다음으로 종종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대답해 본다.



얼마 썼어요? - 여행 경비


처음엔 패키지여행을 고려했다. 여행 준비할 시간도 없거니와 긴 여행을 온전히 혼자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한 달가량의 패키지 상품들은 생각 외로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비슷한 일정과 동선이더라도 남미 대륙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횟수, 숙소 등급에 따라, 또 여행지에서의 선택사항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패키지 한 달 여행에 최소한 800만 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비싼 경우에는 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패키지여행을 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금전적 측면이 크게 고려됐다. (여러 사람과 일정을 함께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패키지 상품을 포기하기로 하고, 예산은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 약 750만 원 정도.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면세점(런던)에서 쇼핑한 금액과 여행 전 옷, 가방, 신발 등 쇼핑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여행에 쓴 금액은 약 670만 원이다.



비행기보다 육로로 이동하면 더 저렴하고, 숙소도 다인실을 이용하면 훨씬 더 많이 아낄 수 있다.

내 경우, 남미 대륙 내에서 비행기로 8번 이동했고, 항공권을 미리 예매하지 않고 출발 2~3일 전에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비행기 삯이 훨씬 더 들었다.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면 훨씬 저렴하지만, 현지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유연한 스케줄 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숙소는 간혹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도미토리보단 1인실, 혹은 같이 간 동행들과 3인실에 주로 머물렀다. (한인민박, 게스트하우스, INN, 에어비앤비, Hotel 등 다양). 무엇보다 식사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도 75만 원 밖에 들지 않았다.


일부러 돈을 아끼려 하지 않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충분히 사고, 또 꽤 만족스러운 숙소에 머물렀다. 하고 싶었던 투어도 모두 다 했는데도 예산보다 저렴하게 지출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 다만 여행 가기 전 쇼핑한 것과 돌아오는 면세점에서 기념품 및 선물 쇼핑하는 것 까지 더하면 최초 예산보다는 지출이 많다.


빙하랑 사막이 있다고요? - 자연경관

남미 여행하면서 빙하를 보고, 펭귄을 보았다고 하면 다들 하나같이 놀란 반응이다. 남극에 분명 펭귄이 있는 건 아는데, 꼭 남미에는 더운 지역만 있고, 남극 하곤 거리가 있을 거 같다. 아타카마 사막이 좋았다고 말하면, 남미에도 사막이 있느냐고 또 놀란다. 사막은 아프리카에만 있을 거 같다. 세계지리 과목을 열심히 들은 사람이라면,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을 배운 기억이 날 거다. 남미 대륙은 적도에서부터 우수아이아 위도 55도까지 이어진다. 사막에 있다가 비행기 타고 불과 4시간 만에 두세 겹으로 꽁꽁 싸매도 추운 지역에 내린 경험은 특별했다. 또,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는 백야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칠레의 푼타아레나스는 남극기지로 향하는 관문이 되는 지역이다. 한 달 동안 더웠다 추웠다를 며칠 간격으로 때론 아침저녁으로 반복해야 했다.

P20191202_220209139_0E729176-C266-49A2-BDDD-5486874988F5.JPG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모레노 빙하


음식 뭐가 맛있어요? - 각 나라 음식


본래 그 나라 음식을 접해야 진짜 그 나라를 알 수 있는 법. 새로운 음식에 시도하는 데 거리낌 없는 편인데, 남미 여행에서는 다양한 음식에 시도하지 못했다. 본디 식문화가 그다지 발달한 지역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동행이 있어 자연스레 다 같이 먹기에 편한 음식 위주로 선택했다. 더불어, 현지 길거리 음식이나 맞지 않는 음식을 섣불리 먹었다 탈이 날까 겁이 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한 지역에 천천히 머무를 수 있었더라면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겠지만, 이동이 잦은 탓에 좀 더 몸을 사리게 됐다. 주로 한식, 중식, 일식,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볶음밥, 바비큐, 스테이크 등 이미 매일 먹고 있던 음식을 그곳에서도 찾고 있었다. (아, 동남아 음식도 참 좋아하는데, 동남아 음식은 못 먹었다.)


다시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둘러봤는데, 정말 스파게티와 피자를 많이 먹었다. 현지 음식이라고 불릴 만한 음식 한 끼를 제대로 먹지 않았다. 사막의 어느 숙소에서 먹었던 건더기라곤 양배추와 당근 몇 조각이 다였던 수프, 바람 불면 날릴 것 같던 밥알의 볶음밥, 페루에서 먹었던 라마 꼬치(진짜 라마인지 알 수는 없다.) 정도가 현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투어가 있는 날이면 보통 각자가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투어사 측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준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이름 없는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을 먹기도 한다. 그곳에서 먹는 빵은 빵순이를 자처한 나도 쉽지 않다. 단맛이 전혀 없고, 씹기에도 너무 질겼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맛있다고 여길 만한 식사가 별로 없었다.


P20191205_075305272_884EE5DE-E054-4B6C-8FED-556A744C7270.jpg 먹다 먹다 끝내 다 먹지 못한 아르헨티나에서의 스테이크



남미 남자들 잘생겼어요?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다. (웃음ㅋㅋㅋ)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애매모호해서 잘 모르겠단 게 아니고, 진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남미 남자라곤 하는데, 남미에도 여러 나라가 있고, 나라마다 다른 생김새를 구별할 능력도 없으며 그렇게 관찰력이 좋지도 못하다. 남미 남자들이 잘생겼나 주위를 둘러볼 만큼 여유도 없었다. 관광지에선 현지사람보다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혹시라도 현지인들이 많은 곳에 방문하게 될 땐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며 다녀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또, 현지 사람인지 유럽의 관광객인지도 가늠할 재간도 없었다. 이 질문을 한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답변 해주지 못해 나도 안타깝다.


다만, 아르헨티나에 가면 확실히 유럽오빠미(?)가 느껴진다. 피부색은 좀 더 밝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 스타일이다. 인구의 대다수가 이태리 혹은 스페인계 백인과 메스티조(스페인-원주인 혼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처음 만난 아르헨티나 남자들은 더운 날씨 탓인 지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고 있어 잠시 나를 설레게 했지만, 좀처럼 현지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는 갖지 못했다. 다시 남미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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