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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 남미 어디까지 가봤니?

여행 후 자주 들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 1

by Sujin

주변에 남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미 여행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정말 남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낯설고 먼 곳에 무사히 다녀온 내게 건네는 안부였을 거다. 그 질문들이 참 고마우면서도 매번 같은 질문에 퉁명스럽게 그만 물어봐라, 퍽 못되게 대꾸하기도 했다.


본 글에서는 자주 받았던 질문 일곱 가지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성실한 답변을 해보려고 한다. 남미 여행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곧 떠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디 어디 다녀왔어요? - 여행 동선


여행 동선을 정할 때가 가장 설렌다. 가고 싶은 도시들을 지도 위에 찍고, 어지러이 찍힌 점들을 이동 방법을 고려해 선으로 잇는다. 비행기로 때론 버스로(남미에 기차가 없다니!). 길지 않은 여행이니, 일정이 여의치 않은데 너무 오랜 시간 걸리면 과감히 빼기도 한다. 이 작업할 때 가장 신난다. 어떤 도시를 탈락(?)시켜야 할 때 물론 안타깝지만, 선택된 도시들에 대한 애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꼭 가고 싶은 여행지만 남긴다. 물론 동선상 어쩔 수 없이 들르게 되는 도시들도 남는다. 낭비 없는 동선과 반드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기준으로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이미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다. 남미 대륙의 여행 동선을 짤 때, 두 가지 유의사항에서 시작하면 좋다.


1) 시계방향/반시계방향

2) 인/아웃 도시 선정


시계방향으로 여행할 땐 주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해 파타고니아를 거쳐 페루나 에콰도르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고, 반시계방향이라면 그 반대가 된다. 여행 루트 방향이 중요한 이유는 물가와 고산지대 때문이다. 시계방향으로 여행하면 점차 여행지의 물가가 낮아진다. 마지막 국가에서 쇼핑을 많이 할 수 있고, 기념품 챙기기도 좋다. 반면에 여행 막바지에 고산지대를 여행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


나는 여행 뒤로 갈수록 체력이 고갈될 것을 염려해 고산지대에서 시작하는 반시계방향을 선택했다. 방향이 정해지면, 인/아웃 도시를 선정하기 수월해진다. 남미대륙에 인/아웃할 수 있는 공항이 많이 없어 선택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페루 리마로 입국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출국하는 노선을 택했다. 보통 비슷한 동선이라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국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리우의 치안 때문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고심 끝에 완성한 나의 루트는 네 나라(브라질까지 다섯 나라지만, 여행하지 않고 아웃 도시로만 정함), 그리고 16 도시가 정해졌다. 계획한 도시가 무려 16개나 되지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도시도 있었고, 공항이 있어서 거쳐야 하는 도시들도 있었다. 실제로는 계획과 다르게 여행 도중 치안의 문제로 제외한 도시가 두 곳, 체력의 문제로 당일 방문하지 않은 지역이 한 곳 있다.


페루(리마/와라즈/와카치나/쿠스코)
볼리비아(라파스(치안상 제외)/우유니)
칠레(아타카마/칼라마(공항)/산티아고(치안상 제외)/푼타아레나스)
아르헨티나(엘 칼라파테/엘찰텐(체력상 제외)/우수아이아/부에노스아이레스/푸에르토 이구)
브라질(상파울루(아웃 공항))


위 지도는 직접 제작했습니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 가장 좋았던 여행지


이 질문에 답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 좋았던 곳도 있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곳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한 곳을 꼽으라고 하면 퍽 난감하다. 대답할 때마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달라진다. 대답하는 날의 기분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했다. 딱 한 곳만 꼽기에 여행지가 가진 매력이 너무 달랐고, 비교하기 힘들다.


과거 여행했던 곳 중에 좋지 않은 여행지를 꼽자면, 나는 당연히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았던 여행지였겠지만, 내가 여행할 당시 내내 비가 와 우중충했고, 모든 바포레토(배 버스) 노선이 파업 중이라 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베네치아에서 카메라를 떨궈서 고장 냈고, 정점은 뮌헨으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릴 때였다. 일찍 역에 도착해 뮌헨(München 혹은 Munich)이 전광판에 뜰 때까지 기다리는데, 탑승 시각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예정된 출발 시각에 떠나는 여정에는 'Monaco'로만 표기되어 있다. 역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어수선을 떨고, 출발 직전까지 마음 졸이다 결국 마지막에 뛰어야 했다. 뮌헨이 이탈리아어로 '모나코(Monaco)'였던 것이다. (*참고,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에 같은 스펠링을 쓰는 Monaco라는 국가가 있다.) 영어로 한 번도 표기해주지 않고 이렇게 불친절할 수가! 좋은 기억 하나 없이 하는 일마다 꼬였고, 음식도 맛없었고, 게다가 날씨까지 좋지 않아 최악이었다. 이렇게 모든 최악을 경험하기도 쉽지 않지만, 꼽으라면 얼마든지 꼽을 수 있다.


반대로 삼박자가 고루 잘 갖춰서 가장 좋았던 여행지를 꼽으라면 쉽지 않다. 사실 모든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이 고만고만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내가 이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좋았던 여행지가 그때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아르헨티나 이과수,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69호수를 꼽겠다. 이과수의 폭포는 정말 장관이었고, 아타카마 사막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69호수는 정상까지 오르는 그 험난한 여정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해졌다.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의 별도 좋았고, 엘 칼라파테의 빙하 역시 좋았다. 다만, 반대로 가장 별로였던 여행지는 어디였느냐는 질문에는 마추픽추를 꼽기도 했다. 물론 마추픽추 역시 멋지고 좋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에 또 이미지를 너무 많이 소비했던 탓에 막상 실재를 마주했을 땐 감흥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덜했달까. 어쨌든 앞으로 내가 봤던 그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 기록들을 사진과 이야기로 공유할 생각에 설렌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 여행 치안


사실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 위험하지 않았는가다. 나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치안을 걱정하는 여행자를 다독이는 말로 제일 많이 하는 말 "그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에요" 맞는 말이지만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이지만, 정말 운이 나쁘게 험한 꼴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평생 지우기 힘든 두려운 순간을 남길 수도 있다.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항상 조심스러웠다. 나는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느낀 순간조차 없을 정도로 평온하게 여행했다. 정말 운이 좋았고, 여전히 무척 감사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내가 남미 여행 안전하다고 결코 단언할 순 없다. 다행히 저는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현지인들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하더라고요. 항상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라고 대답한다.


나도 떠나기 전에는 무서웠다. 아니, 왜 이렇게 무서워하면서까지 꼭 그곳에 가야 해? 자문했을 때,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게.. 그래도 가고 싶은데.. 안 가면 안 될 거처럼 엄청나게 간절한 건 아닌데, 몰라 그래도 가야겠는걸? 그렇다. 나에게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 하는 안일한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지 모른다. 사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행 떠나기 전, 유서를 남기고 떠나야겠다고 했다. 몇몇 친구들은 살아서 돌아오라고도 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어쩌면 그렇게 해야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목숨 걸고 여행가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결국, 항상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내게는 그런 일 안 생겨, 라는 안일한 생각은 애초에 치우고 항상 조심하고 하지 말라는 행동 하지 않고, 가지 말란 데 가지 말고, 또 혼자 밤늦게 다니지 말고. 항시 경각심을 가지고 매사 조심하면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자면, 숙소는 후미진 곳이 아니라 되도록 큰길에 있는 곳으로 정하고, 새벽에 출발하는 투어를 갈 때는 반드시 숙소에서 픽업하고 내려주는지 확인하고, 투어사를 선택할 땐 후기가 많아 믿을 만한 곳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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