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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 Jan 14. 2024

두 번째 로그아웃

2024년 1월 13일_1000_1600

백수면서도 이번 주는 6시간 로그아웃 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에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프로그래밍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공부할 양이 어마어마하고, 예전만큼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다. 이 공부도 필히 컴퓨터로 해야 해서 핸드폰과 노트북 꺼둘 상황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 일어나자마자 시작해서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에 나가기 전까지 핸드폰을 꺼두기로 했다. 친구들에겐 전날 약속 당일 늦지 않게 나갈 테지만 연락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미리 알렸다. 


첫 번째 로그아웃을 꽤 산뜻한 기분으로 마치고 은근히 두 번째도 기다려졌다. 그런데 두 번째 로그아웃을 시작하기도 전에 약간의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집안일을 미루기 시작한 거다. 핸드폰을 꺼둘 그 6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일상에서 모으다 보니 제일 만만한 집안일을 묵혀놨다가 그날 몰아서 해야겠다 싶은 거다. 그러다 보니 집 안 꼴이 엉망이 됐다. 게다가 샤워부스에 물이 점점 더디게 내려가는 걸 보고도 참았다. 빨래도 그날 한꺼번에 해야지 하고 미뤘다. 게으름 피울 좋은 핑곗거리를 찾아버린 거다. 


또 다른 부작용. 10시부터 로그아웃해야 하니 그전까지 핸드폰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지 싶어서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거다. 어제도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침대에서 한참을 뭉개다가 열 시에 딱 맞춰서 핸드폰을 끄고 침대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뭘 위한, 누굴 위한 로그아웃인가? 그래도 일단 고.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Play List: Chet Backer Sing


1000-1100: 아침 식사(마늘 바게트+블랙커피), 일기&다이어리 쓰기, 만다라트 리뷰, 운동 가방 세탁


1100-1320: 세탁조 청소, 수건 세탁, 화장실 청소, 가습기 청소, 청소기 돌리기, 이삿짐 싸기

일주일 간 이날을 위해 미뤄뒀던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화장실 거울 청소도 했다. 그런데 최근 허리가 아파 굽히거나 앉기 힘들어서 샤워부스의 물때 청소까지는 못했다. 청소기 필터도 빨고, 바닥 걸레질도 하고 싶었지만 체력 이슈(?)로 하지 못했다. 체력만 가능했다면 청소만 세 시간도 거뜬했을 거 같다. 이거 왠지 6시간 로그아웃이 집안일로 채워질 거 같다.


1335-1425: 하체 운동

오피스텔 커뮤니티에 있는 GYM에서 근력 운동을 했다. 산책만큼이나 어색한 게 음악 없이 운동하는 거다. GYM에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조용한 가운데, 간간히 러닝머신 벨트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보통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영상을 운동 중간중간 쉴 때 보면서 하는데, 어제는 그냥 가만히 멍 때리거나 괜히 엉덩이를 한 번 들여다보거나, 러닝 머신 위 tv화면을 쳐다봤다. 그 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는데, 확실히 음악이 없으니 흥이 나지 않아서 마지막 힘을 짜내는 건 좀 힘들었다. 그래도 중간에 핸드폰에 주의를 돌리지 않으니까, 쉬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졌고 50분 동안 4가지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 사실 운동을 더 하고 싶었는데 이것도 체력 이슈로 더 하지는 못했다. (아니, 체력 기르려고 하는 근력 운동인데, 체력이 안 좋아서 못한다는 건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 같다.)


스쿼트 10kg * 15 * 4 sets 

스티프 7kg * 15 * 4 sets (원래 스쿼트보다 스티프를 더 많이 드는데 어제는 진짜 힘이 없었다.)

시티드레그프레스 40kg * 30 * 4 sets (뎁스를 많이 주지 않고, 깔짝... 고작 40kg 하면서...)

레그컬 5kg * 15 * 4 sets (튼실한 피지컬로 고작 5킬로도 힘겹다. 나는 햄스트링이 많이 안 좋다.)


1445-1600: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독서

독서의 집중력이 지난주 같지 않다. 일단 세탁기 돌아가는 소음이 거슬렸다. 게다가 계속해서 Chet Backer의 LP가 플레이 중이었다. 하나는 꺼야 했기에 세탁기를 중간에 멈출 수는 없어서 음악을 껐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많이 큰) 백색 소음 삼아 집중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후 나갈 일정이 있다 보니,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도 집중을 흐리는 요인이었던 거 같다. 게다가 시간 넘게 집안일하고, 운동까지 하고 이후라 몸이 피로해져서 졸렸다. 쉽지 않았다. 


끝.


집안일을 그 시간에 몰아하려다 보니 집 안이 어질러지는 뜻밖의 부작용이 있었다. 특별히 이 시간을 마련했으니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가도, 단순히 핸드폰과 이별하는(?) 시간일 뿐인데 집안일로 채우면 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이랬다 저랬다) 그래서 어제 친구들에게 그 시간에 무얼 하면 좋을지 추천을 받았는데, 요리와 베이킹이 의견으로 나왔다. 예전에 베이킹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별다른 큰 재미를 붙이진 못했었다. 그래도 다음 달에 이사를 가게 되면 주방이 좀 더 넓어지니까, 에어프라이기나 오븐을 구비해 베이킹을 시도해 봐도 좋겠다. 아차. 집이 넓어지면, 청소만 해도 여섯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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