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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 Feb 02. 2024

다섯 번째 로그아웃

2024년 2월 2일_1000_1900

이번주도 인터넷 접속만 끄고 유튜브 오프라인 저장 콘텐츠 목록을 추가했다. Chet Baker Sing(Full Album)과 스탄 게츠가 연주한 보사노바 명곡 플레이리스트다. 그리고 초급자도 따라 할 수 있는 빈야사 요가 스트레칭 영상! 잠시 부모님 댁에서 지내게 돼서 인터넷 랜선도 함부로 뽑지 못하고(나는 클릭 한 번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다), 게다가 거실로 나가 리모컨 전원만 누르면 티브이 채널 200개를 무한으로 돌리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티브이 시청은 왠지 이 로그아웃 취지에 어긋나는 거 같으니 참기로 했다.


2024년 2월 2일 (금)


1010-1100: (공복) 빈야사 요가

누가 보면 나름 체육인인가 싶을 정도의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허상(?)이다. 재작년 한 해 동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주사도 두 번이나 맞았다. 또다시 작년 말부터 허리가 다시 말썽이어서 앉았다 설 때마다 뻐근한 통증이 이어지고 있는데, 클라이밍 할 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아서 방치하고 있다. 그런데 요가 동작을 할 때 허리가 너무 뻣뻣해서 수축/이완 동작이 전혀 되질 않는다. 목이랑 어깨, 그리고 회전근개 통증은 워낙 만성적이라 초급동작도 버겁다. 그래도 요가 동작을 하나씩 따라 하다 보니, 혼자 스트레칭할 때 보다 몸의 구석구석의 통증 부위를 잡아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할 때는 통증을 자극하는 자세들을 피했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15분씩 짧은 요가도 괜찮을 듯하다.


1100-1140: 김치볶음밥(요리함) 식사


1140-1215: 독서 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 너무 졸린데??


1215-1355: 낮잠????????????????????????????? 당황스럽다 한 시간 40분이나 잤다.

알람은 없었지만 낮잠인데 2-30분 자고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침대에 누웠는데 한 시간 40분이나 잤다. 게다가 꿈에서 내가 주범인(?) 잘못한 일이 있어 친구들과 다 같이 교무실에 불려 가는 중이었다. 마음에 진 죄가 있는지 왜 혼나러 가는 꿈이었을까. 게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졸업 이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가 꿈속에서 나를 원망의 눈초리로 째려보며 교무실로 들어가는 도중에 (현실) 일찍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빠가 방문을 열어 깼다. 아빠가 거실 소파에 자리 잡아 티브이를 켜시는 순간 이번 로그아웃은 쉽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대로 책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 갈 채비를 하고 나섰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내려오는 중에 갑작스럽게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크게 접질린 거 같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가만히 서있었다. 10초가량 통증이 이어지더니, 별안간 어지럽다. 이런 어지러움은 처음이 아니다. 1년 반 전에 클라이밍 하다가 잘못 떨어져 오른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을 때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매트에 내려와 앉았는데,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더니 토할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에 이런 증상을 얘기했더니, 일시에 통증 부위로 급작스럽게 피가 몰리게 되면 어지럽고 토할 거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했다. 그때 그 증상이다. 오른 발목 인대에 이어서 왼쪽 발목 인대도 다쳤구나 싶은 생각에 아찔해졌다. 게다가 나는 핸드폰도 없어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발자국씩 떼 보니 걸을 만하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 거 같다. 무사히 카페에 도착했다. 혹시 몰라 발목을 양옆으로 움직여 보니… 통증이 있어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내었다. 망했다. 괜히 나왔다가 왼쪽 발목을 다쳤다. 이 와중에 월요일에 클라이밍 약속 있는데, 못 가면 어쩌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지금은 소염진통제 먹고, 얼음찜질 중이다. 다행히 크게 붓지는 않았는데, 통증은 아직 남아있다.)


1425-1455: 카페 도착, 일기 및 다이어리 쓰기

본가에서 살 때 자주 오던 단골 카페에 오랜만에 왔다.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3년 만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많이 변했지만, 좋아하던 카페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니 다행이다.


1455-1710: 독서 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

고등학교 때 국사가 선택과목이었고, 좋아했던 과목이라 열심히 했다. 또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치를 때 한 차례 또 공부했고, 최근에는 <벌거벗은 한국사>를 보고 있어서 그런지 전반적인 흐름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있다. 아마 기원전 2333년 고조선 건국부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까지 반만년의 역사를 굵직한 사건별로 정리한 책은 많지 않을 거 같은데, 마치 수능 특강으로 한국사 한눈에 정리하기 강의를 본 기분!


1735 집 도착


1910 핸드폰 ON

본가에 부모님과 함께 있고 또 거실에 티브이가 있다 보니 굳이 핸드폰을 빨리 켤 이유가 없었다. 9시간 만에 핸드폰을 켜긴 했지만, 낮잠도 두 시간이나 잤고 티브이도 봤다...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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