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7일 월요일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뒤늦은 기록
(5월 27일 시점으로 작성되었으며, 이 글이 업로드하는 시점에 기록한 추가 내용은 괄호()에 적습니다.)
이번주는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근황도 남기고, 게으름 속에 쌓인 집안 일과 못다 한 독서, 공부도 할 겸 월요일 뒤늦은 로그아웃. (그리고 더 늦은 기록)
지난 화요일(5월 21일) 일주일 만에 병원엘 다시 갔다. 별다른 상담은 하지 않았고, 약 효과가 있으나 여전히 새벽에 깬다고 하니 복용량을 늘려 이번에는 2 주치 처방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혹시 나누고 싶은 말 있어요? 하고 묻자, 웃으면서 '아니요'하고 대답하고 서둘러 진료실 문 밖으로 나왔다. 왜 날 늘 겉으로는 웃지. 진짜 괜찮아서 웃는 것도 아닌데.
병원에서 나와 지난주 동생상을 겪었던 친구에게 다녀왔다. 친구 앞에서 힘든 내색하지 않고 참으려 했는데 불쑥불쑥 힘든 내가 튀어나왔다. 위로해 주러 갔는데 오히려 친구가 날 위로하게 분위기를 만든 거 같아 미안했다. 의사 선생님한테는 분명 괜찮다고 하고 나왔으면서. 동시에 지난주에는 친한 동생들의 고민 상담을 자주 들어줬다. 각각 남자친구와 회사일로 힘들어했다. 정작 나는 애인도 직장도 없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성실하게 들어줬고 나름대로 조언도 했다. 나와 이야기하며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그래도 고민상담에 꽤 소질이 있는 편인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싶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 이야기를 할 데 곳이 없어 답답하고, 힘들고 잠도 못 자서 병원엘 갔는데, 병원에서 조차 '아니요, 괜찮아요. 약만 받을게요.'하고 나와버렸다.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그리고선 나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 앞에서는 무심코 내 이야기가 나와버린 거다.)
1400 청소 ~ 부엌, 다용도실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원래 계획은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 걸레질도 하는 거였는데, 체력이 받쳐주질 않는다.)
1600 @카페 다이어리/일기 쓰기
1630 - 1820 @카페 독서 최진영 <단 한 사람>
꼬박 두 시간 가까이 책에만 몰두 한 건 꽤 오랜만이다. 잔잔하지 않고 꽤 템포가 빠른 음악을 선곡해 에어팟을 통해 듣고 있었는데, 오히려 빠른 템포의 음악이 다른 잡생각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카페 인테리어가 전부 블랙인 데다가 조명도 어둡고, 테이블마다 작은 핀조명을 둔 덕분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집중했는데 피곤하기는커녕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다.
배가 고프다. 집에 가서 뭘 먹을까. 바로 헬스장 가서 운동할까. 이 시간에 가면 퇴근시간과 맞물려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래도 나온 김에 운동하고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초콜릿쿠키 두 개를 먹었는데도 배고픔이 가시질 않는다.
1900 - 2010 배고픔을 이겨내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볍게 스쿼트랑 자전거 타기
2040 장보고 집 도착 + 청소리 돌리기, 빨래 2
2100 샤워
2130 - 2200 독서 최진영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신에게 구걸할 일이 늘어나는 것. 목화는 아무것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 한 문장을 남겨 놓았다. 이 문장이 책의 전반을 대변하는 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와닿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던 중에 썼던 문장을 발견했는데 다음과 같다.
'듣고 보지 아니함으로써 불편한 것들을 외면하기, 소유하지 아니함으로 잃지 않기, 그리고 사랑하지 아니함으로 상처받지 않기를 택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듣고 보고 소유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임을 스스로마저 속일 순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 온 자체가 이 모순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었다.'
목화의 역설적인 독백과 나의 모순적인 고백은 어쩐지 비슷한 결 같다. 물론 목화는 자신의 지독한 운명에 대한 이해와 순응을 통해 오히려 자기 극복을 이루었지만, 나는 모든 걸 수장시켜며 그대로 침잠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