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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자원은 누구의 책임인가?

공유자원 / 공유지의 비극

by 와니 아빠 지니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선생님은 경제교육 전문가였다. 아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쉽게 알려주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 자연스럽게 대화는 교육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선생님의 표정에는 약간의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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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에서 목공풀을 아이들에게 나눠줬거든요.”


“목공풀이요? 만들기 수업이라도 했나요?”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떤 아이가 그걸 책상 위에 그냥 쫙 뿌려 버리는 거예요. 장난 삼아 그런 건데,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게 자기 돈으로 산 물건이었다면, 이렇게 썼을까요?”


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또 그게 왜 그렇게 속상한지 이해가 됐다.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예전에는 학용품을 집에서 준비해 오곤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더 아껴 쓰고, 소중히 다뤘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서 다 지급하다 보니, 자기 물건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정말 답답해요.”


“아, 그래서 목공풀이 그렇게 쓰인 거군요.”


“네. 정책이 아이들을 위해서 좋아진 건 맞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보면, 오히려 아이들이 소유의 의미나 자원의 가치를 배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자원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목공풀은 모두에게 지급된 순간, 그것이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었고, 결국 책임감과 소유감이 사라진 셈이었다.


“선생님, 그 목공풀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네요. 사실 경제학에서도 공유자원이 가진 문제를 다룰 때, 비슷한 사례를 많이 다루거든요.”


“그렇죠. ‘공유지의 비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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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자원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지만, 정작 그 이름을 떠올리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에서 공유자원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자원을 의미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자원이 소모될수록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특징이 있다.


목공풀을 책상에 쫙 뿌린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유자원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자원이 충분해 보이더라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 일 때, 사람들은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에게 나눠준 목공풀도, 공짜로 주어진 순간 그 가치는 소홀히 다뤄질 운명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자원은 경제학적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분류를 이해하면 ‘공유자원(Common Resources)’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문제가 생기는지 더 쉽게 알 수 있다.


1. 사적 재화(Private Goods)


사적 재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예를 들어, 아들이 용돈으로 산 로벅스가 사적 재화에 해당한다. 로벅스는 특정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쓰는 사람에 따라 소비가 끝나면 다른 사람은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예로, 아들이 가진 축구공을 들 수 있다. 축구공은 아들이 직접 사용하거나 친구와 함께 놀 때 쓸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허락 없이 가져갈 수 없다. 만약 축구공이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면, 아들은 더 이상 그 자원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사적 재화는 소유권이 명확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만이 그 자원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적 재화는 보통 소유자가 이를 아끼고 관리하려는 책임감을 가지게 만든다.


2. 공공재(Public Goods)


공공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한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사용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원의 가로등이나 길거리의 신호등 같은 자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공재는 소비량의 제한이 없다. 그래서 사용자는 이 자원이 부족해지거나 없어질 걱정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쓴다. 하지만 관리가 소홀해지면, 공공재의 질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3. 클럽재(Club Goods)


클럽재는 특정 집단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멤버십을 가진 사람만 쓸 수 있는 헬스장이나 유료 온라인 서비스가 여기에 속한다.


클럽재는 접근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거나 멤버십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 자원은 접근이 제한되는 대신, 관리가 잘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4. 공유자원(Common Resources)


공유자원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사용량이 늘어나면 자원이 고갈되거나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지급된 목공풀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자원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자원이 낭비되거나 잘못 사용되는 일이 생기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부른다.


요즘 논란이 많은 공공재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고, 공유자원에 대해서만 설명할까 한다.


공유자원의 문제는 ‘내 것’이라는 소유감이 약할 때 발생한다. 자원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열려 있을수록, 사람들은 그 자원을 아끼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그 결과 자원이 남용되고 고갈되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학교에서 나눠준 목공풀은 그 순간 모두의 것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자원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목공풀이 공짜처럼 느껴졌고, 소중히 다룰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책상에 장난처럼 뿌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공유자원의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원에 비치된 무료 자전거를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잘 사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리가 부족해지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두지 않거나 고장 난 상태로 방치하는 일이 늘어난다. 결국 자전거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공유자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들에게 소유감과 책임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단지 자원을 아끼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본다.


첫째, 자원의 한계 보여주기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사용하는 물이나 전기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보자.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할 때, “물을 계속 낭비하면 모두가 사용할 물이 부족해질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자원의 소중함을 체감할 수 있다.


둘째,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기다. 아이들에게 “이게 네 물건이었다면 이렇게 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쓰기 쉽지만, 만약 그 자원이 자신의 물건이라면 아껴 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질문을 통해 자원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경험을 주기다. 함께 사용하는 자원에 대해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지키는 경험을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가족이 함께 쓰는 물건에 대해 “사용한 사람은 제자리에 두기”라는 간단한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지켰을 때 칭찬하거나 작은 보상을 주면, 아이들은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은 단순히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공유자원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책임감과 배려심을 함께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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