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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풍선 놀이와 가격 통제

가격 상한제와 하한제

by 와니 아빠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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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어느 날, 아들은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에 같이 놀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 물총을 들고 아파트 중간에 있는 정원으로 나갔다. 그곳엔 이미 동네 형들이 축구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아들은 소극적으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물총을 만지작거리다 물을 한 번 쏘아보았다. 소극적인 녀석이라 형들에게 직접 얘기하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피융, 피융”


자동 물총에서 소리 내며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공중으로 흩어지자 형들이 그제야 아들에게 다가왔다.


“우와, 그거 멋지다! 한 번 쏴 봐도 돼?”


형들이 물총을 신기한 듯 물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총을 형들에게 건넸다. 이내 아이들끼리 물총을 돌려가며 쏘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물총도 재밌는데 물풍선도 하면 더 신날 것 같아!”


아들은 형들에게 물총을 건네고, 돌아와 물풍선 만들기를 재촉했다.


“아빠, 물풍선 만들어 주세요!”


나는 가져온 물조리개와 풍선을 꺼내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풍선을 하나씩 묶어 아이들에게 건넸고, 아이들은 물풍선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던졌다. 하지만 물풍선을 만드는 속도보다 아이들이 던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금세 물풍선이 바닥났다.


“아빠! 물풍선 더 만들어 주세요!”


나는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손을 쉬지 않고 풍선을 만들었지만, 아이들은 계속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들은 조금 지루해하며 말했다.


“물풍선이 많으면 더 재밌을 텐데… 이렇게 기다리면 재미없어.”


나는 잠시 멈추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럼 물풍선을 어떻게 나눠 쓰면 좋을까? 한 사람당 2개씩만 가져가도록 하면 어떨까?”


형들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근데 저는 던지는 걸 잘해서 더 많이 쓰고 싶어요. 2개는 너무 적은데요.”


다른 아이가 대답했다.


“그래도 2개씩 정하면 다들 공평하게 쓸 수는 있겠죠.
근데 재미가 좀 줄어들지도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이게 바로 우리가 자원을 나눌 때 항상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야. 다들 재미있게 놀고 싶지만, 자원이 한정돼 있으면 규칙을 정해서 나눌 수밖에 없지.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이 생긴단다. 어떤 물건이 너무 비싸지거나 너무 싸지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게 하려고 규칙을 만드는 거야.”


아들은 물풍선을 하나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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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물풍선이 부족하면 규칙을 바꿔야 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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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규칙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 하지만 항상 사람들이 잘 따라줄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게 중요하단다.”

참... 나도... 이런 상황에 시장, 경제 개념이라니... 하지만 물풍선을 만드는 작은 순간에도 시장의 원리가 숨어 있었다. 자원이 부족해지고, 이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나는 공평하게 나눌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물풍선을 둘러싼 이 장면은 시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가격 통제의 문제와 닮아 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때, 누군가 더 많이 가져가면 다른 누군가는 적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특정 상품의 가격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가격 통제다.


가격 통제는 대개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다. 물건 값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막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인해 생산자가 손해를 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물풍선 놀이에서 “한 사람당 두 개씩만 가져가자”라는 규칙은 가격 상한제의 원리와 비슷하다. 누구나 물풍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것이다.




가격 상한제란 특정 상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정하는 일종의 규칙이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물풍선 하나에 500원이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지만, 만약 물풍선 값이 1,000원, 2,000원으로 치솟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이 “너무 비싸서 물풍선을 못 사요!” 하고 불평할 게 뻔하다. 이때 정부가 개입해 “물풍선 값은 500원을 넘을 수 없다”라고 정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모두가 좋아할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물풍선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규칙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물풍선을 500원에 팔도록 강제한다면, 물풍선을 만드는 사람(나처럼)에게는 문제가 생긴다. 나는 물조리개를 들고 하루 종일 물풍선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윤이 줄어드니 점점 힘이 빠질 것이다. 손가락이 아파도 참으며 물풍선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결국, 물풍선을 만들 동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 시장에서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나라에서 시행된 주택 임대료 상한제를 들 수 있다. 임대료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집세는 일정 금액 이상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했더니, 처음에는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집주인들은 적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빌려줄 이유가 없어졌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결국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또 다른 예로, 한때 베네수엘라에서 생필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던 사례가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식료품 값을 낮게 유지하려고 했지만, 낮은 가격 때문에 생산자들이 이익을 보지 못해 생산을 줄였다. 결국, 상점의 선반은 텅 비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아무리 돈이 있어도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가격 상한제의 반대는 가격 하한제이다.
이것 역시 선한 의도로 시작됐다.


앞서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서 못 사겠다”라고 불만을 제기할 때 이를 해결하려고 나섰던 정부가, 이번에는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가격 하한제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막고, 생산자나 노동자들이 적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된다. 이를테면, 농산물 가격이 너무 낮아 농부들이 손해를 보거나, 최저임금이 낮아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제가 대표적인 가격 하한제다. 정부가 시간당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해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앞서 가격 상한제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처럼, 가격 하한제도 현실에서는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것은 앞서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에서 얘기했다.


가격 하한제를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한때 휴대폰 시장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두고 가격 하한제가 적용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싸게 구매하고 싶어 하지만,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 지급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는 일정 금액 이하의 보조금은 허용하지 않도록 규제했다. 물론 이동통신사의 입장만은 아니다. 발 빠른 사람은 싸게 구입하고, 정보가 느린 사람은 제 값 주고 구입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통신사도 보호하고 가격의 불평등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가격 규제로 인해. 보조금이 제한되자 단말기 가격이 상승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수입이 늘어났고 이익도 늘었지만 반대로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매해야 했다. 소비자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모두가 비싸ᆞ간 값을 치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제조사와 통신사도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손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또 다른 예로 농산물 시장을 보자. 특정 곡물의 가격이 너무 낮으면 농부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하한선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쌀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농부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쌀 가격의 최저치를 설정하고, 시장 가격이 하한선 아래로 내려갈 경우 정부가 직접 쌀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농부들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가 쌀을 사들여 창고에 쌓아두면, 결국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쌀을 사야 하거나,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쌀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진다.


가격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가격 하한제도 시장의 균형을 깨트리는 경우가 많다. 시장 가격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각자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합의한 결과로 형성된다.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 하한제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노동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이나, 생산자를 돕기 위한 농산물 하한제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그 정책이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리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중요한 건 하한선을 설정하기 전에, 해당 조치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것이다.


가격 하한제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자”는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균형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물풍선 놀이를 통해 깨달은 건, 자원의 배분과 통제는 늘 고민이 따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더 많은 풍선을 원했지만, 그게 불가능할 때 공평한 규칙이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도 가격 통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런 통제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한정적일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격 상한제와 하한제는 각각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도입되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다. 물풍선을 나누는 데도, 시장에서 가격을 통제하는 데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규칙이 사람들의 행동과 수요·공급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앞서 얘기했듯, 경제란 선택을 잘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부모로서, 우리는 단순히 ‘무엇이 옳은가’를 가르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예측하고, 그것이 가져올 영향을 고민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가격 상한제와 하한제에서 보듯, 규칙이나 제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규칙이 어떻게 작동할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를 깊이 이해해야만 균형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 아이들도 일상 속에서 자신이 내리는 작은 선택들이 주변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면, 더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풍선을 나누며 경험했던 공정한 규칙의 필요성은 아이들에게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현실을 고려하는 지혜를 가르칠 좋은 기회다. “너는 무엇을 선택하겠니?”라고 묻는 것만이 아니라,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선택의 과정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법이다. 누구도 완벽한 답을 알 수 없지만, 균형을 고민하는 태도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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