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대학원 시절 그 어느 공간보다 자주 가던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우리 대학 도서관이었다. 과제, 취업, 연애 등 내가 가진 모든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내가 보고 싶은 주제들에 대해 에세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모든 문제를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책 안에 푹 빠져들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나는 정말로 책을 많이 읽는 독서광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급 다독왕을 뽑으시기 위해서 뒤에 학급 게시판을 이용하셨다. 10권 - 20권 - 30권 - 40권 등으로 표시된 우유팩에 과업을 성취한 학생들의 이름을 막대기에 붙여주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공부로는 언제나 1등이 되고 싶었기에 나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책을 읽고, 주어진 과제를 완료했다. 이때쯤 가장 후회한 것이 있다면 쓰기 시간에 글씨 연습 같은 것을 하였는데 이마저도 대충대충, 빨리빨리 하느라 후일에 악필이라는 별명이 붙곤 했다.
아무튼 대충대충, 빨리빨리 그만큼 내 성격은 지금도 여전히 급하다 못해 조급하다. 그런 내 걱정과 고민을 잠재워줄 그 시절 내 영혼의 안식처는 도서관이었다. 현재 우리 집 근처에는 교회 말고도 내 영혼의 쉼터가 되어주는 도서관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곳이고 최근에 리모델링 공사를 새로 한 것인지 깔끔한 시설과 많은 장서로 오늘 나의 영혼을 쉬게 한다.
그중에서 몇 개 와닿았던 책을 빌려왔다.
<결혼하고 연애시작> 지은주, 프랑크 브링크 지음
<날씨와 얼굴> 이슬아 지음
<수학의 쓸모> 닉 폴슨, 제임스 스콧 지음
어제 내가 좋아라 하는 유튜버가 사연자에게 제시하는 부드럽고 완곡한 조언에 나도 모르게 적잖이 당황하였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의 사연이었다. 요즘 2030들은 가진 자산(돈)도 없으면서 여행에만 몰두한다, 이제는 여행가지 말고 성실하게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노후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아직 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최근 여행으로 6개월치 모은 돈을 다 써버려서일까. 인생에 정말 큰 깨달음과 성찰(혹은 사유)의 시간이 되었던 그 여행을 어떻게 돈으로만 환산해 버릴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혹은 퇴직을 한 후 나의 노후대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우리의 결혼 생활에서 나름 합의된 부분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이 집이 현재 우리의 자산이라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더 상급지로도 갈 수 있겠다. 더 좋은 '학군지'를 위해서,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서. 하지만, 우리의 월급 중 꽤나 많이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를 내는 사람은 우리 부부인데 그 관점이 아이에게 더 좋은 학교와 학원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 혹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일주일 내내 돈을 펑펑 쓰면서 행복했다. 사연자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그 모습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여행지의 풍경과 여유가 우리 사회에 없기에, 단 한 시간 일분일초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숨통을 틔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시각적인 자료가 정말 다양해진 요즘이지만, 나에게 여행은 오늘을 있게 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보지 못한 곳을 책을 통해 간접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다녀온 곳에 대한 정보(책이든 유튜브든)를 찾으며 다시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기 전에 예습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여행지 및 그 추억에 대한 복습도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아이가 생긴다면 물론 유럽은커녕 가까운 지역도 힘들 것이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도 내가 부모로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단, 그 감사함을 알 때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갈 의향이 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
여유를 찾으러 도서관을 가자.
책을 통해 여행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