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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Feb 09. 2022

우리 부부가 사랑하는 법

가깝고도 먼 자가 격리

명절에 시어머니가 다녀가신 후 딸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먹으면서 열이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지만, 그 외에는 다른 증상 없이 잘 먹고 잘 놀았다.

딸아이가 열이 나니까 우선 자가 진단 키트를 사다가 검사해 보았다. 나와 딸아이는 양성 반응이 나왔고, 남편은 음성이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친정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이번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을 생각이면 오시지 말라 했는데, 시어머니는 당신도 만나는 사람 없이 집에만 계시다며 오시겠다고 했다. 평소의 시어머니라면 오라 해도 오시지 않는 분이신데, 너무 오랜 기간 못 뵈어서 아들 얼굴 보고 싶으신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어머니한테서 코로나 감염이 되었다니…….

아이 학원도 다 끊고, 집에만 있으면서 마트 방문도 최소화하며 조심히 살았는데, 나를 아는 지인 모두 우리 가족이 확진된 사실에 어이없어했다.      


다행히 우리 집은 2층 전원주택이라, 당장 남편을 2층에 격리한 채 따로 살기 시작했다.

직장에 나가야 하는 남편이 1층에 사는 게 맞겠지만, 개들도 배변 활동을 위해 마당 출입을 시켜야 하고, 남편은 어차피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으니 남편이 없는 동안에도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가 1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남편만 음성이 나온 것도 너무 신기했지만, 남편은 그 이후로도 3일 넘게 음성이 나왔다.

그런 남편을 위해 딸아이와 나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물론, 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우리가 다니는 동선마다 에탄올을 뿌리며 조심조심 생활했다.     


우리 부부는 유독 사이가 좋다. 사이가 좋다 좋다 너무 좋아서 딸아이가 꼴 보기 싫다고 할 정도이고, 일부러 그런 딸아이를 자극하기 위해 딸아이 이름을 부르고는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딸아이를 경악하게 하는 심술 코드조차 딱 맞는 사이.


워낙 내향형 기질이 강해 집 밖에 나가길 싫어하는 나는 남편이 유일한 나의 바깥세상의 소통 창구이다. 그리고 그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유연한 사람이라 나의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도 감정 변화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런 남편에 길들여져 남편과의 삶이 나를 얼마나 편안하게 만드는지 나는 점점 더 바깥세상에 담을 쌓고 살게 되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해주려고 노력하는 남편. 바깥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나랑 같이 와서 먹여봐야겠다는 생각 먼저 하는 남편, 길을 지나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눈에 띄면 차를 돌려서라도 사다 주는 남편.

남편은 전원주택에서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주었고, 나는 그렇게 코로나 시국에 적합한 전원생활을 하며 편안하게 살아왔다.     


남편은 계속해서 음성이 나오며,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데서 문제가 터졌다.

마스크와 에탄올을 달고 살아가야 하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매일같이 쿵작되던 부부가 얼굴조차 마주 보지 못하고 지내야 하니 슬퍼졌다.


하루 종일 같이 놀 수 있는 주말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남편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2층에 올라가다가 내려다보는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눈물이 울컥 났다.

필요한 말을 문자로 주고받으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렇게 조심했는데 한방에 무너뜨린 시어머니에 대한 화가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다.


남편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안방에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기에, 그날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상통화로.

“잘 지내지? 얼굴 못 본 지 너무 오래돼서, 얼굴이라도 보려고 영상 통화했어.”

남편의 말에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고, 한 집에서 며칠 못 봤다고 영상 통화하는 우리 부부를, 남편 보고 싶다고 엉엉 우는 나를, 딸아이는 어이없이 바라봤다.     


다행히(?) 4일째 되던 날 남편은 확진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이제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휴가도 아닌데 자가 격리 기간 내내 같이 놀 수 있다니!

자영업을 하는 남편은 자기가 없어서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 상황을 cctv로 확인하며 불안해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쩔 것인가.

남편과 휴가 같은 격리 생활을 보내기 위해 주문한 택배들이 속속 도착을 하고, 남편은 가득 찬 냉동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지만, 내 눈에는 숯불을 피우는 남편이 즐거워 보이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보내기 위해 주문한 택배 상자들이 언박싱 할 시간도 없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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