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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un 27. 2022

마당이 있는 삶, 석죽

초록이 빨강을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지를 처음 알게 해 준 건 철쭉이었다.

전원주택에 이사 온 기념 선물로 남편의 친구가 철쭉 50주를 사다 주었는데, 밤 운전을 해가며 전해준 선물이라 고마운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지 못하고 그 많은 철쭉에게 자리를 정해주느라 한참이 걸렸다.

여러 차례 마당 구조를 바꾸는 와중에 북쪽 마당 담벼락에 줄지어 심은 철쭉이 봄을 알리는 꽃을 피웠을 때, 잔디의 초록 배경에 그 쨍한 빨강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초록과 빨강의 보색 효과를 눈으로 제대로 확인한 나는, 그 이후로 빨간 꽃에 사죽을 못쓰는 인간이 되었고, 자고로 마당엔 촌스럽도록 쨍하고 진한 색의 꽃이 눈에 잘 띄어 예쁘다고 믿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쨍하고 진한 빨간색의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석죽은 내가 애정 하는 아이 중 하나다. 패랭이과 식물로 노지 월동이 되니 한번 심어두면 매년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한다.

꽃잔디도 예쁘고, 잔디 패랭이꽃도 예쁘지만 꽃잔디는 봄 한철일 뿐이고, 잔디패랭이는 꽃이 늦고 가득하지도 않으니 점점 석죽을 편애할 수밖에 없다.

3년 된 석죽이 어찌나 예쁘던지 욕심부려 15개를 더 들여놨다. 명자나무 둘레가 원래는 국화의 땅이었는데, 겨울가뭄으로 비실비실하길래 다 들어 엎고 석죽을 심었다. 봄 한철 피는 철쭉 앞으로는 튤립을 쪼로록 심었는데, 구근을 캐서 보관했다 이른 겨울 다시 심기가 귀찮아 석죽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 아이들이 빵이 커져 국화의 땅과 튤립의 땅을 가득 채워주길 기대한다.


초록초록한 마당에 빨간색이 얼마나 강렬하게 눈에 띄는지, 너무 예쁜 그 색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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