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데크 방부목에 칠할 오일스테인과 붓을 챙겨 들었다. 우리 집 데크는 작지 않은 집의 세 면을 둘러싸고 있는 터라 면적이 꽤 넓어 남편은 롤러 붓으로 대충 칠하자고 했지만, 롤러 붓으로 칠하면 빠르게 칠해지기는 해도 붓만큼 잘 발라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붓으로 칠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방부목 데크는 1년에 1~2회 정도 칠해줘야 나무가 썪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인데, 다른 작업은 남편이 꼭 필요하지만 이건 그저 단순한 노동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라 남편이 출근한 틈을 타 내가 후딱 해치우기도 하는 힘들지만 간단한 작업이다.
올해는 깜박 잊고 있다가 시기를 놓쳤다. 너무 덥지 않을 때 했어야 했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장마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 남편과 데크 칠을 서둘렀다.
오일 스텐이 빠르게 마르기 때문에 오전에 한번 칠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해 떨어질 때 다시 한번 칠하기로 했다. 아침 7시, 해 뜨고 나면 더워서 일하기가 힘들테니 늦잠자고 싶어하는 남편을 깨워 일을 시작했다.
작업복을 입고, 장갑과 모자를 착용한다. 해가 들지 않는 서쪽부터 천천히 칠하는데도 6월 말이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더워 땀이 줄줄 흐른다. 지금까지 게으름 피운 내 탓을 해가며 붓에 오일스텐을 듬뿍듬뿍 묻혀 데크 위를 덮는다. 별거 아닌 붓질에 전완근이 불끈불끈 솟는다. 근육들아~ 이까짓 일에 그딴 열정은 집어 넣어둬!
두 번째 칠을 시작하려는데, 더워도 너무 덥다. 남편은 이렇게 더운데 코 박고 냄새맡으며 할 일이 아니라며, 다시 롤러 붓을 들고 나온다.
"그럼 너는 롤러붓으로 해! 구석쪽은 내가 붓으로 할께! 나는 대충 칠해지는 것 같아서 롤러붓으로 하는 거 싫어!"
라고 계속 투덜댔지만, 남편은 두 번째 칠하는 거라 조금 대충해도 된다고, 가을에 한번 더 칠하면 된다고, 이렇게까지 힘들게 할 일이 아니라며 나를 설득한다.
남편한테 핀잔을 들으며 살짝살짝 붓칠을 도와, 어찌어찌 데크 칠을 끝냈다.
해마다 꼭 해야 하는 일 한 가지가 해결되었다. 속이 시원하다.
별 일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 별 일 아니라 게으름이 나는 일, 그래도 언젠가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해치우고 나면 묵은 체증이 해소되는 것 같은 일, 전원생활에는 그런 일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