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과 아이가 나간 후 혼자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오면 세탁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우리집 이모님들)에게 집안일을 부탁하고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플루트 수업을 듣기도 하면서 사부작 거리는 것이 나의 오전 루틴이다. 내가 책상에 앉으면 로봇청소기가 싫은 코코는 계단 위에, 잠이 너무 좋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루루는 자기 집에, 사람과 붙어 있어야 하는 마루는 내 발밑 어딘가에 자리 잡고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되던 어느 날 아침, 평소에는 로봇 청소기가 근처에 오면 자리를 이동하던 마루가 그날따라 그냥 누워있었는지 로봇청소기에 꼬리털이 빨려 들어간 모양이었다.
깜짝 놀란 마루가 로봇청소기를 떼어내려 펄쩍 뛰었지만, 흡입력 좋은 일 잘하는 이모님께서는 마루 꼬리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도 너무 놀라 얼른 뛰어가 보았지만, 흥분한 마루 꼬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겨우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을 반복하며 마루를 잡은 후에야 로봇청소기를 떨어뜨려 놓을 수 있었다.
그 뒤로 마루는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동안에는 불안한 마음에 누워있지 못하고, 내 무릎 위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덕에 나 역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동안에는 마당에 나가 있거나 마루를 안고 있어야 해서, 내가 애정해 마지않던 나의 오전 루틴은 그렇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