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Aug 02. 2022

왜 나는 말도 못 하게 하는 건데!

마루는 평화주의견이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워낙 많기도 해서 큰 소리 나는 상황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화가 나서 목청을 높이면 항상 달려와 나를 말린다.


마루가 나를 말리는 것인지 마당으로 나가 볼일을 보고 싶은 건지는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데,

- 용변이 급할 때: 내가 앉아 있을 경우에는 내 무릎 위에, 침대에 있을 경우에는 내 몸에 닿지 않게 침대 위에 살포시 고개만 올린다.

- 화가 난 나를 말릴 때: 내가 앉아 있을 경우에는 허벅지에 앞발을 올린 상태로 내 얼굴을 마주 보고, 내가 침대에 누워있을 경우에는 처음에는 두 앞발을 침대 위로 올리고, 그럼에도 내가 계속 화를 내면 자기 몸으로 내 몸을 덮어 나를 누른다.





사춘기 딸아이에게 훈육을 할 경우 평소와는 다른, 나름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차분하고 냉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를 시작으로 내가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이 많았나 보다. 그래서인지 내가 자분자분한 말투로 딸아이에게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 눈치 빠른 여우가 나를 말리려고 한다. 내가 화를 낸 것도 아니고, 할 말이 있어서 하겠다는데 도대체 얘는 왜 이러는 건지 싶지만 친절하게 마루를 달랜다.

 "마루야, 누나한테 얘기하는 거야. 화내는 거 아니야."

마루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말을 계속 이어가려고 하면, 급기야 마루는 앞발 하나를 들어 내 얼굴로 어퍼컷을 날린다. 내 입을 막으려고.

아니,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나는 말도 못 하냐! 할 말이 있다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마루가 이모님에게 잡아먹힐 뻔 한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