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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Aug 30. 2022

마당이 있는 삶, 능소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 불렸다는 능소화는 덩굴나무로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촥 붙어 꽃을 피우니, 담장을 따라 그 풍성하고 화려하게 핀 꽃을 보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추파춥스형 (막대사탕 모양)  수목을 좋아하는 나는 담장을 따라 덩굴 가지를 펼치려는 이 아이를 위로 모아 키워 커다란 아름다리 나무로 키우고 싶은데 옆으로 자라길 더 좋아하는지, 내가 옆으로 자라는 애들을 바지런하게 잘라주지 않아서인지 3년째 수형만 잡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TV 프로에서 50년이 넘은 능소화를 누군가 절단했다는 얘기를 봤다.  마을의 명소가 될 정도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쁨이 되어 준 나무에게 왜 그런 해코지를 한 것인지, 내가 겪은 일이 아니어도 너무너무 화가 다. 가지 중간마다 나오는 흡착근을 잘라 심어주면 그대로 다시 살아날 정도로 생명력이 좋은 아이인데, 새로운 싹조차 틔우지 못하도록 절단사건 전후 농약까지 뿌렸다는 사실에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하고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흐드러지게 핀 꽃이 집터를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던 50년 넘은 능소화의 자태는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데....... 3년의 시간에도 수형조차 잡아주지 못한 우리 집 능소화를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는 부지런히 가지를 잘라 위로 모아주었으니, 내년엔 좀 더 풍성한 추파춥스형 능소화가 되어주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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