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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Sep 14. 2022

마당이 있는 삶, 산딸나무

겉은 알갛고, 속살은 노오란 산딸나무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청아한 꽃 모양이 마치 십자가를 닮아 기독교인들이 성스러운 나무라 여긴다는 이 산딸나무가  우리 집에 온 경위는 내가 미산딸 나무랑 헷갈려 전원주택에 꼭 들여야 한다고 남편에게 거짓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나서 '어라, 이 나무가 아니었네!'  깨달았지만, 이미 뿌리를 잘 내린 터라 그렇게 5년째 함께 사는 중이다.


샤베트처럼 녹아내릴 것 같은 노오랗게 부드러운 속살에 홀려 열매를 맛보았다.

'어멋! 이 아무 맛도 아닌 맛없는 과일은 뭐지?'

이후로 그 하찮은 맛의 열매엔 관심도 갖지 않다가 뼈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있고 그 효능이 여기저기에 좋다는 남편 말에 작년엔 술을 담가 보았는데 새콤달콤한 다른 과실주들과 달리 이 아이는 그저 진심으로 건강한 맛이었다.


그리하여 올해는  익어 떨어지는 열매를 그냥 두었는데, 보기엔 너무 맛있어 보여 마루에게 건네 보았다. 그런데 마루 입만엔 잘 맞나 보다. 한번 맛본 마루가 땅에 떨어진 열매를 모두 흡입하였고, 마당으로 나가기만 하면 산딸나무 열매를 찾아 먹는다. 내가 먹어본 거랑 맛이 다른가?

마루만 줄 수 없어 루루와 코코에게도 나눠 주었더니 어라? 잘 먹는다. 얘들도 더 달란다.

이가 좋은 순서대로 마루 6, 코코 3, 루루 1의 비율로 아이들이 모두 먹어치워 내가 먹어본 산딸과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그 효능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아이들이 잘 먹으니 그걸로 됐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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