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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Sep 21. 2022

개가 웃는다.

링피트로 운동을 하다 보니 손가락 관절을 계속 사용하게 되어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 잘 낫지 않는다. 당분간 손을 쓰지 않고 운동할 방법을 찾다가 코코를 데리고 하천 산책로로 나왔다.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나오면 하천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우리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조깅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곳곳에 설치된 휴게시설에서 담소도 나누는 곳인데, 집순이인 나는 차를 타고 나와야 하는 게 싫어서 잘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코코는 산책을 나오면 기분이 너무 좋아, 마치 나비처럼 귀를 나풀거리며 걷는다. 이름을 나비라고 지을 걸 그랬나.

운동이 되려면 쉬지 않고 걸어야 할 텐데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코코랑 다니려니 다섯 걸음마다 쉬게 된다. 코코야, 엄마 운동 좀 하자!!


쉬엄쉬엄 한 시간 반쯤 걷다 보니, 이렇게 긴 산책이 오랜만이었던 코코가 힘들었나 보다. 자꾸 주저앉아 움직이질 않는다. 안아주다 걷다가를 반복하다가, 코코가 예쁘다고 말 걸어주는 분들을 만나자 (그분들은 벤치에서 담소 중이셨는데) 급기야 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자기를 쓰다듬어주란다.

마루, 루루와 함께 나오면 검은 털 때문인지 한 번도 예쁘다는 말을 듣지 못하던 코코였기에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도 신기했지만, 자기 예뻐하는 거 알고 그분들께 자신을 쓰다듬도록 유도(?)하는 코코의 넉살이 기가 막혔다.


거기서 한참을 예쁨 받다가, 집에 가자는 말로 코코를 일으켜 세웠고, 그렇게 다시 5분이나 걸었을까? 또 자기는 못 가겠다며 버틴다. 어쩔 수 없이 애견 가방에 넣어 안고 걸으니, 지나가던 할머님들이 크게 웃으신다.

"아이고, 개가 웃는다! 안겨가서 좋은가보다!"

할머님들 말씀을 듣고 핸드폰으로 코코 모습을 찍어보니 코코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운동은 안됐지만, 그래도 코코가 웃으니까 됐다!

그런데 코코, 이렇게 안겨 다니는 게 산책이야?


밝게 웃는 코코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을 만나자, 그 앞에 주저앉아서는 쓰다듬으라고 몸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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