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들과 할머니 면회를 갔다. 할머니는 치매로 표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는 잘 몰랐는데, 고모가 말했다. 할머니 우는 것 같다고.
눈물도 말라서 울지도 못하는 복남이가, 눈물은 흐르지 않지만 사실은 그 육신에 갇혀 울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안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이 한번 더 무너졌다. 눈 앞이 어두워졌다.
의식이 맑은 어느 날에는 아마도,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일 테니까. 차라리 할머니가 의식이 없는 편이 나았다.
며칠간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낄낄거리고 웃다가도, 멀쩡히 길을 걷다가도, 가만히 있다가도 숨이 턱턱 막혀왔다. 나눌 길 없는 고통이었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한다. 그 무게가 무거울수록, 고통스러울수록 더더욱. 혼자서 지옥을 오고 갔다. 약을 먹어도 무기력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이 우울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복남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얼마를 살더라도 조금 더 존엄하게 살다가 돌아가시게 만드는 것. 약을 먹는다고 해결될 우울이 아니었다. 내가 변화를 만들어야 이 우울감을 극복할 터였다.
그렇게 복남의 퇴원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퇴원하는 복남을 맞이했을 때, 많이 악화된 그의 모습에 나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야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잠도 더 잘 잤다. 할머니가 내 곁에 있으므로.
그래, 나는 이런 인간이었지. 사랑하는 존재를 억지로 끊어냈을 때 가장 고통받는 부류의 인간. 경제적 시간적 효율성으로 치자면 아마도 가장 덜떨어진 인간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앞으로 복남과 보낼 시간이, 복남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