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네'를 넘어 아이를 성장시키는 방법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아이에게 "잘했네!"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건 이렇게 하면 안 돼"가 더 먼저 튀어나온 적이요. 좋은 행동은 당연하게 넘기고, 안 좋은 행동은 즉시 잡아내 지적하는 건 사실 많은 부모가 갖고 있는 습관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아이든 어른이든, 누군가 내 행동을 알아봐 주고 구체적으로 칭찬해 줄 때 마음이 열리고 다시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겨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죠. 이건 단순히 말버릇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려온 우리 문화의 깊은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모라면 더 의식적으로, ‘잘한 점 → 그게 왜 좋은지 →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차근차근 말하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의 며느리 이야기입니다. 친구는 얼마 전 며느리를 봤는데,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자꾸 부족한 부분만 보여 섭섭함이 쌓였다고 해요. 그러던 하루는 아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제 아내가 잘하는 걸 칭찬 좀 해주세요." 속으로는 '세상에, 칭찬할 게 있어야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뻔했지만, 아들의 부탁이 마음에 남았죠. 그래서 며느리의 장점을 억지로라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평소엔 당연하게 여겼던 차분한 성격, 환한 웃음, 가끔 보이는 재치 같은 것이 며느리만의 소중한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며 칭찬해주자 며느리의 태도가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하더랍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 아들도 결혼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아내는 저보다 칭찬을 더 좋아해요. 많이 해주세요." 처음엔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결혼 후 자주 보지도 않고 연락도 뜸해서 섭섭한 마음만 가득했는데 무슨 칭찬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의식적으로 며느리의 좋은 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 회사 이야기를 할 때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은 장점들을요. 좋은 점을 찾다 보니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니, 며느리가 훨씬 더 사랑스럽고 배려 깊은 행동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구체적으로 표현해 준 것이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셈이죠. 이것을 반대로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뉴욕에서 아기를 키우는 딸을 통해서도 칭찬의 힘을 느꼈습니다. 딸이 구한 내니가 손주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자, 저는 딸에게 “사진 잘 찍어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가족이 행복하다고 꼭 전해”라고 말했습니다. 딸은 “매일 잘하고 있어서 굳이 말하지 않았네요. 사진 덕분에 부모님도, 저도 행복하니 꼭 칭찬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제 조언대로 전하자, 내니는 더 열정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었고, 저는 더 많은 추억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성인도 이렇게 칭찬을 원하고 그 힘이 큰데,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칭찬은 아이의 작은 행동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유아가 블록을 쌓다 무너져도 다시 시도할 때 이렇게 말해보세요: “블록이 무너졌는데도 다시 쌓으려는 모습이 정말 멋져! (행동) 포기하지 않는 네 태도가 엄마를 감동시켰어. (이유) 이렇게 계속 도전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 거야! (결과)”
초등학생이 혼자 숙제를 끝냈다면: “스스로 숙제를 끝낸 네가 대단해! (행동) 책임감 있는 모습이 엄마를 기쁘게 했어. (이유) 이런 습관 덕분에 앞으로도 뭐든 잘할 거야. (결과)”
청소년이 친구와 갈등을 차분히 해결하려 했다면: “속상했을 텐데 침착하게 이야기하려 한 네가 멋져. (행동) 그런 태도가 엄마 눈엔 정말 성숙해 보여. (이유) 네 덕분에 친구와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야. (결과)”
칭찬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합니다.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다 넘어졌을 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아팠을 텐데 다시 일어나려는 네 용기가 멋져! (행동) 누구나 처음엔 넘어지지만, 네 도전 정신이 엄마를 감동시켰어. (이유) 이렇게 연습하면 곧 멋지게 탈 거야! (결과)”
아이가 쑥스러워하거나 칭찬에 무뚝뚝하게 반응한다면, 가볍게 넘기세요. “엄마가 네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서 말해줬어”라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아이도 부담 없이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며 자랍니다. 첫마디가 따뜻한 격려라면 아이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칭찬을 시작하기 어려운 부모를 위한 간단한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1. 매일 관찰하기: 하루 동안 아이의 작은 행동(옷을 스스로 입으려 한 것, 친구와 장난감을 나눈 것)을 유심히 보세요.
2. 짧게 시작하기: "문 열어줘서 고마워"처럼 간단한 말로 칭찬을 시작하세요.
3. 구체화 연습하기: 하루 한 번, 행동과 결과를 연결해 말해보세요. 예를 들어, “네가 책가방을 정리하니 집이 깔끔해져서 엄마 기분이 좋아”처럼 말이죠.
팁: "칭찬 노트"를 만들어 보세요. 하루에 아이의 잘한 점 3가지를 적으면 칭찬이 점차 자연스러워집니다.
이런 작은 말들이 쌓이면, 칭찬이 행동을 바꾸는 힘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겁니다. 결국, 칭찬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힘을 주는 코칭입니다. 말 한마디를 바꾸는 일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