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 모델로 쓰는 ‘살아있는’ 육아일기
아이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수십 번은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잘 참다가도, 어느 순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잔소리가 쏟아집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 그렇게 말했구나…’ 하며 스스로를 책망하죠.
이런 패턴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는 지치고, 아이와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집니다.
저 역시 이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문제를 풀어준 건 거창한 강의나 비싼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한 줄, ‘코칭 GROW 모델’로 쓰는 육아일기였습니다.
GROW는 코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프레임워크입니다.
G(Goal): 오늘 내가 원하는 목표
R(Reality): 지금 내 상황과 강점, 그리고 장애물
O(Options):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W(Will):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해 오늘 실행할 계획
육아일기에 GROW를 적용하면, 단순히 아이를 관찰하는 기록이 아니라 '나와 아이 모두를 성장시키는 ‘실행 일지’가 됩니다.
그리고 이 네 단계를 매일 짧게 쓰다 보면, 부모의 생각 습관이 바뀝니다.
저는 종이 일기도 써봤지만, 비공개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하게 쓸 수 있고,
음성 녹음으로 이동 중에도 바로 기록할 수 있으며,
시간 순서대로 변화 과정을 쉽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블로그에 ‘나 읽기 / 자녀 읽기 / 배우자 읽기’ 섹션을 나누어 썼습니다.
처음엔 반성과 후회로 가득했지만, GROW 순서로 쓰자 목표를 먼저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변화는 1년쯤 지나서야 제대로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문제점’부터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시 1 – 웃음으로 여는 하루
Goal(목표)
오늘은 아이와 어제보다 더 많이 웃고, 더 자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나누겠다.
Reality(현실)
아이: 게임에 푹 빠져 방은 어질러져 있고, 표정이 어둡다. 아마 학교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나: 해야 할 일이 많아 웃을 여유가 없다. 남편과 다툰 뒤라 마음이 무겁다.
강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 새로운 시도를 기꺼이 해보는 용기.
(여기에서 강점을 생략하게 되기 쉬운데, 이 부분도 꼭 적는 것이 중요)
Options(선택지)
1. 말수를 줄이고, 표정과 눈빛으로만 마음을 전한다.
2.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어 두었다가 차분히 전달한다.
3. 몸을 깨우는 15분 스트레칭.
4.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음악 듣기.
5. 지시 대신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기.
Will(오늘의 선택)
오늘은 아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묻겠다.
“오늘 하루 중, 네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니?”
예시 2 – 갈등 뒤에도 관계를 잇는 다리
Goal(목표)
오늘은 아이와 갈등이 생기더라도 감정을 길게 끌지 않고, 10분 안에 웃으며 마무리하겠다.
Reality(현실)
아이: 아침에 숙제를 안 하고 등교하려다 다투었다.
나: 출근 준비로 바빠서 목소리가 커졌다. 마음 한켠에 미안함이 남아 있다.
강점: 사과를 먼저 할 줄 아는 용기, 갈등 상황을 빨리 수습하려는 의지.
Options(선택지)
1.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간식부터 내어준다.
2.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일 하나씩 말하는 시간을 만든다.
3. 갈등과 상관없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4.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끼어들지 않는다.
5. 대화 중 부정적인 단어를 쓰지 않는다.
Will(오늘의 선택)
오늘은 아이에게 따뜻한 간식을 내어주며 이렇게 시작하겠다.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웃음이 났던 순간을 하나만 얘기해 줄래?”
예시 3 – 아이 마음 읽기
Goal(목표)
오늘은 아이 마음속에 숨겨진 ‘왜’를 알아내겠다.
Reality(현실)
아이: 친구와의 약속이 취소돼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 궁금하지만 억지로 캐묻고 싶진 않다. 대화를 열 타이밍을 찾는 중이다.
강점: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 상황을 감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훈련이 되어 있다.
Options(선택지)
1.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살짝 방에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2.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유도한다.
3. 아이가 꺼낸 주제에 먼저 귀 기울인다.
4. 유머를 섞어 분위기를 풀고 자연스럽게 질문한다.
5. 아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Will(오늘의 선택)
오늘은 아이 옆에 앉아, 간식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이렇게 물어보겠다.
“오늘 있었던 일 중, 제일 마음에 남는 건 뭐였어?”
GROW 모델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Will'입니다. 이 단계는 수많은 옵션 중에서 오늘 실행할 1~2개의 행동을 선택하고 한 줄로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정한 다짐은 매일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힘들다"는 불평을 반복하는 대신, 매일 한 가지씩 긍정적인 행동을 실행하면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5단계로 완성하는 성장 루틴
1. 준비: 비공개 블로그 개설, ‘나 기록/자녀 기록’ 구분
2. Goal: 오늘 양육에서 바라는 바 한 줄
3. Reality: 현재 상황, 강점, 방해 요소
4. Options & Will: 3-5개 나열 후 1개 선택하여 한줄로 적기
5. 검토: 다음 날 어제의 다짐과 비교
기록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저 하루하루의 감정과 상황을 적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여전히 ‘자녀와 나의 문제점’을 반복해서 한탄하는 데 머물 수 있습니다.
하지만 GROW 순서에 맞춰 꾸준히 기록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매일 목표(Goal)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무엇이 잘못됐는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많은 선택 중 '오늘 단 하나'를 정하는 순간 변화의 힘이 시작됩니다.
그 변화 속에서 부모는 점점 더 문제를 해결하는 시선과 실행력을 얻게 되고, 아이 역시 부모의 변화를 거울 삼아 성장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AI 시대라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매일 한 줄씩 적어 내려간 GROW 기록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놓치지 않게 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내가 만드는 GROW 육아일기 빈칸 서식
매일 단 5~10분, 아래 빈칸을 채워보세요.
완벽함보다 꾸준함이 더 큰 변화를 만듭니다.
날짜: ____________
오늘의 제목(선택): ________________________
G – Goal (목표)
오늘 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겠다.
R – Reality (현실)
아이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의 강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이 부분 놓치지 않기)
O – Options (선택지)
1.
2.
3.
(선택지를 5개까지 적어도 좋습니다)
W – Will (오늘의 선택)
오늘 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겠다.
오늘의 한 줄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