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형 부모는 아이마다 자기만의 시기와 자극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살아가고 아이들이 맞이할 미래는 그 누구도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인공지능(AI)과 기술 발전의 속도는 부모 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아이의 성공을 보장하던 과거의 공식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험은 아이의 미래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코치형 부모는 학교 교육이나 시험공부 중심으로만 아이를 양육하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예술·여행,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외부 자극을 흡수하고 자발적인 동기를 찾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해, 아이가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열린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코치형 부모의 핵심 전략입니다.
아이마다 동기부여가 되는 시기와 장소가 다릅니다. 아무리 대단한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가 언제·어디서·누구로부터 특별한 자극을 받는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일어나도록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부모가 하면 잘 안 듣다가 친구, 선생님, 혹은 존경하는 사람이 하면 귀담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내 아이만의 특성이 아니라, 사람은 자신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가족 관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익숙함은 때로 권위를 약화시키고, 아무리 좋은 말도 ‘잔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의 영향력 안에만 머물게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다양한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열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초등 3학년, 뉴질랜드에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유익한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 되지 않습니다. 아들은 한글도 늦게 뗀 탓에 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책방에 데려가면 장난감 코너로 가거나 만화책만 훑어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책이 있는 환경에 자주 노출시키는 것만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방 가는 길이 즐겁다면, 언젠가 책과도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뉴질랜드로 조기유학을 떠난 것입니다.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낯선 환경에서 친구도, 인터넷도, TV도 마땅치 않던 시기. 그때 짐 무게 때문에 ‘삼국지 만화책 10권 세트 중 5권만’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5권이 아들에게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던 환경 속에서, 아이는 매일 그 책을 붙잡고 읽었습니다. 아빠가 나머지 5권을 가져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앞의 5권을 50번 넘게 반복해 읽고, 상상으로 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삼국지 놀이’에 빠졌습니다. 만화책이었지만 그 안에서 상상력, 몰입, 그리고 독서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가, 그 시간만큼을 몰입과 상상의 세계로 채워 넣은 것입니다. 그 모습은 진정한 평화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친구가 생기며 다시 책에서 멀어졌지만, 그 경험은 아이에게 ‘책의 맛’을 알게 해 준 결정적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구나’라는 사실을.
(고등학교 시절)
한국으로 돌아온 뒤, 아들의 어휘력은 또래보다 뒤처졌습니다. 저는 독서를 통해 그 격차를 좁히고 싶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친구와 게임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권장 도서를 건넬 때마다 그는 ‘소귀에 경 읽기’처럼 무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절친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하자, 스스로와 그 친구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한 말이었습니다.
“엄마, 내 친구 엄마는 아이에게 유익한 책을 먼저 읽고 골라서 사주신대요.
그렇게 읽은 책이 200권이 넘는대요. 그런데 엄마는 왜 나한테 책을 안 권했어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아무리 권해도 듣지 않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친구 엄마’라는 말이 묘하게 마음을 찔렀지만, 그 말속에는 중요한 통찰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때로 부모보다 또래 친구나 그 부모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것. 이것은 서운함보다 더 깊은 깨달음이었습니다.
(대학생 인턴 시절)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턴십을 하던 중, 한 멘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멘토는 생각과 표현 방식이 남달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이었습니다. IT 엔지니어였지만 인문학과 철학, 예술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에 아들은 매번 놀라워했습니다. 그 멘토 덕분에 아들은 ‘생각의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중요한 책을 집중해 읽기 시작했고, 비로소 독서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 바뀌었습니다.
25세가 된 아들이 새해 다짐으로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겠다”라고 말했을 때,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이마다 자기만의 시기와 자극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
부모는 자신이 해주는 말과 자극이 가장 강력하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만나는 사람과 환경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AI 시대의 코치형 부모는 직접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을 여는 사람입니다. 아이 스스로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환경 조성자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 순간이 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유연한 태도, 그것이 바로 AI 시대 코치형 부모의 힘입니다.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26화)]
[5장:AI 시대, 부모는 '내 아이 맞춤코치'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