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를 느끼는 곳에 집중하도록 도우려면,
그럴 충분한 시간을 주면 될 텐데,
이것도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이왕이면 이 일을 더 많이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 탓인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으면, 죄책감과 불안함이 밀려옵니다. 읽고 싶은 책만 읽으며 3-4일을 보내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감히 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A: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게 해 주세요.”
B: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실컷 하게 해 주나요?”
A: 잘 생각해 보세요. 어렸을 때 아이가 관심이 있는 일을 할 때마다 그런 거 하지 말고 이거 하라는 말 많이 하지 않았나요?”
B: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캐나다에서 교육 워크숍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뉴질랜드에서 2003-4년 2년 동안을 살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판되기 시작되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시리즈 별로 한 권씩 출판될 때마다 서점 앞에 줄을 선 아이들이 뉴스거리가 되던 시절, 초등 6학년인 딸 도 해리포터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여름 방학이었는데, 새 해리포터 책을 구입한 딸은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는 3박 4일 동안 이 책만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그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 기다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영어로 된 꽤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이해를 했을까도 신기했고, (뉴질랜드에 간 지 1년도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며 4일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영어와 한국 본으로 사 주었고, 해리포터 관련 물건들도 다 사 주고, 영화도 같이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이런 딸을 열렬히 지원하게 된 데는, 후회스러운 경험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딸 유치원 시절 만화 ‘세일러 문’이 유행이었습니다. 만화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옷과 가방, 머리띠 등 주인공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동네 문방구에 가득 채워져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이런 물건들에 현혹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너무 확고함에 사로잡혀 하나도 사 주질 않았습니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니 딸은 갖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었나 봅니다. (아들과 달리 딸은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기보다 참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성격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딸이 세일러 문의 용품 중 하나라도 사 달라며, 수 십 개씩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다며 부러워했습니다. 그때야 하나 정도는 사 줘야 할 것 같아서 함께 사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미 유행이 지나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허름한 문방구에서 ‘세일러 문 마술 봉’ 하나를 살 수 있었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전 오히려 후회스러움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잘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해리포터’가 있어, 이런 미안함을 만회할 좋은 기회여서 뭐든 다 사주겠다는 기세로 지지를 해 주었습니다.
적극적 지지자가 된 저에게 딸은, 물건을 사달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해리포터를 읽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딸을 위해, (순전히 딸이 원한다는 이유로) 한국어 판으로 읽어 보려 했지만, 결국 한 권을 못 끝냈습니다. 초반부터 많은 등장인물에다, 내 흥미를 끌 거리도 없었고, 늘 할 일이 많아 차분히 책을 읽을 여력도 없었습니다. 단 1권만 꼭 읽으라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럽습니다. 영화를 봐도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엄마가 답답해 책을 권한 그 마음을 읽지 못했습니다. (자꾸 캐고 들어가니 후회스러운 일이 참 많네요.)
두 아이를 길러 놓고 돌이켜 보니,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했을 때, 아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역량들을 길렀다는 게 보입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말을 실컷 하게 했더니, 설득력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길러졌고, 독서를 좋아하는 딸은 영어 실력과 이해력, 상상력이 길러졌네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창의성’, ‘융합력’ 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을 해 보고,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길러질 텐데, 아이가 좋아하는 일만 실컷 하게 두는 일이 그리 쉽지가 않네요. 매일도 아니고, 3박 4일, 1년에 한 번이라고 이런 시간을 주면 어떨까요?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쉬워서 안 하게 되니, 어렵게라도 시간을 내면 좋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역량에 집중하는 엄마'의 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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